이란과 우리나라의 교류 역사는 매우 깊다. 고대 신라시대 유물 중에 유리제품, 조각상 등 페르시아 물건이 상당수 발견될 정도다. 1977년 서울시와 테헤란시의 자매결연을 기념한 '테헤란로'가 서울 강남구에 있다. 테헤란시에는 '서울로'가 있고, 나무와 숲이 우거진 '서울공원'도 도심휴양지로 테헤란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순방으로 양국 간 교역 확대의 토대가 마련됐다. 필자는 경제사절단 일행으로 한식 요리교실, 현지 유통업체와의 업무협약 체결, 바이어 초청 상담회 등을 추진하고 현지 식품시장도 둘러보았다. 8천만 명이 넘는 인구, 다양한 농산물 등을 보면서 이란은 '먹거리 교역'을 증진시키기에 좋은 나라임을 확신했다.
문화와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나라가 이란이다. "한국의 고대 왕국 신라의 공주가 그 시대 페르시아 왕자와 사랑을 나누었다는 이야기가 전해내려 오는데 이것도 두 나라가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소재"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에 이란의 수도 테헤란 밀라드타워의 공연장을 가득 메운 1천600여 관중들이 큰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한류에 관심이 많은 이란의 20, 30대들이다. 필자의 옆자리에 앉은 이란 여성도 한국 드라마를 비롯해 음식, 문화 등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쏟아냈다. 드라마 '대장금'이 90%에 가까운 시청률을 보이면서 중동에서 처음으로 한류 열풍을 일으킨 나라가 이란이다. 조선시대 수라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인 만큼 한국 음식과 한국 식당의 인기도 높아졌다. 정치, 사회, 종교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으나 우리나라와의 문화적 동질성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란은 전통적으로 자국산 식재료와 조리법을 고수하는 편으로 가족들끼리 집에 모여 식사를 하는 문화가 유지되고 있다. 생소한 농식품에 대해서는 폐쇄적인 성향을 보인다. 그러나 필자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한 이란은 생각보다 훨씬 개방적이고 변화의 바람도 강했다. 이란 현지에서 개최한 김치 만들기 체험행사에는 신청 인원을 제한할 정도로 많은 참가자가 몰렸고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김밥 만들기, 한국 음료 마시기에서 보여준 이란 여성들의 적극성은 필자가 이란 여성에 대해 가졌던 폐쇄적 편견을 날려버렸다.
한국 음식과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란 젊은이들을 보면서 대구경북을 떠올렸다. 대구경북 지역사회에서 얼마 전 '토종 TK' '서울 TK' 하는 개념도 모호한 신조어가 나왔다. 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나와야 '토종 TK'라고 한다. 직장도 대구경북에 위치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무의미한 논쟁이고 백해무익하다. 다소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여겨지나 분열적이고 배타적인 TK 논쟁은 지역발전을 저해한다. 자칫하면 중앙과 지방 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지역이 불이익을 받을 우려도 있다. 세계가 실시간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글로벌 시대이다. 인적'물적 자원과 문화 교류 확대는 불가피하다. 출향민들에게 실망감을 주는 이른바 '원조 TK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희망과 비전이 있는 대구경북의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 이란에서 개최된 농식품 바이어 초청상담회에서 대구 식품기업 조재곤 사장은 약 300만달러 규모의 수출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세계시장을 개척하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TK의 본보기이기도 하다.
1천500년 전 신라시대에도 실크로드를 통해 머나먼 페르시아와 교역했다. 좁은 세상에 갇혀 있지 말고 넓은 세계와 교류한 조상들을 본받자. 뛰어난 기개와 화랑도 정신을 지닌 신라인의 후예답게 글로벌한 마인드를 가지자. 세계는 넓다. 신라의 후예답게 세계로 뻗어나가는 '글로벌 TK'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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