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제 몸속의 자디잔 가시를 다소곳이 숨기고
오늘도 물속을 우아하게 유영한다
제 살 속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저를 찌르는
날카로운 가시를 짐짓 무시하고
중략
가시는 비로소 물고기의 온몸을 산산이 찢어 헤치고
눈부신 빛 아래 선연히 자신을 드러낸다
시를 읽는 일은 애도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경험과 관련 있다. 이때 시는 세계에 대한 적의보다는 세계에 대한 애도를 담고 있다. 이 시에 남겨진 서정은 우리가 대상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아직도 충분히 애도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생각을 남긴다. 우리는 여전히 잃어버리고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신이 무엇을 잃어버린 지도 모르고 있다. 아니 그러한 꿈을 꾸는 시인은 자신의 공허에 대해 얼마나 솔직한 것인가. 시 속에서 적대감보다는 세계에 대한 애도를 공감한다면 그건 아마도 시인이 발견한 상처를 목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숨어 있기 좋은 방에서 숨을 수 없는 시를 쓰는 일처럼, 상실에 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친절뿐일지도 모른다. 상실에 대해 우리가 조금씩 친절해져 가고 있다는 것은, 반대편에선 그만큼 삶이 가시처럼 외로워져 간다는 증거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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