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택지 공급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주택공급 축소에 나서면서 주택사업과 공공택지 의존도가 높은 중견 건설사에 비상이 걸렸다.
안정적인 '캐시 카우' 역할을 했던 공공택지 공급이 감소하면 사업 규모가 축소될 수밖에 없고 기업의 수익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사업 비중이 절대적인 중소 건설사들은 공공택지 공급이 줄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보증 등이 까다로워지면 '원재료'인 사업용지 확보부터 제동이 걸린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달라지는 시장 상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공공택지를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벌여온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28일 "신규 택지 확보가 어려워지고 사업심사가 강화되면 재건축·재개발 등 수주 사업이 많고 유동성이 풍부한 대형 건설사들은 큰 지장이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 중소건설사나 지방 건설사들은 당장 사업 진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어디서 먹거리를 찾아야 할 지 걱정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도 "대형 건설사들은 주로 민간택지나 도시정비 사업 비중이 높고 사업 포트폴리오도 토목·플랜트·해외 등으로 분산돼 있어 큰 타격이 없겠지만 공공택지 의존도가 높은 중소건설사들은 고사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최근 2∼3년 사이 공격적인 공공택지 사업을 통해 급속한 성장세를 보인 호반건설, 중흥건설, 반도건설, 한양 등은 당장 성공적인 사업 다각화가 현안으로 다가왔다.
이들은 공공택지 사업 축소를 감안해 앞으로 도시정비사업이나 뉴스테이, 토목사업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내년까지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택지 물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조만간 경영진 회의를 열어 장기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앞으로 안정적으로 택지를 조달하는 게 관건"이라며 "LH를 대신해 택지를 개발해주고 주택용지를 받는 대행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작년부터 성과를 내고 있는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해 도시정비 사업 인력을 10명으로 늘려 재건축 등 5개 사업지 수주에 성공했다.
앞으로도 대형 건설사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지방과 수도권의 중소 규모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사업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회사의 뉴스테이 첫 사업지인 신당뉴스테이의 경우 조만간 착공에 들어가는 만큼 노하우를 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뉴스테이는 내년 이후에도 토지공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뉴스테이 사업을 적극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공공택지 내 아파트 분양 성공에 힘입어 올해 시공능력평가 13위까지 올라선 호반건설은 공공택지 주택사업 위주였던 사업영역을 도시정비사업과 토목사업으로 확대하는 등 새로운 먹거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현재 3∼4년치 공공택지 사업용지를 미리 확보해둬 당장 큰 영향은 없겠지만 장기적인 대비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재건축·재개발 등은 수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왔는데 앞으로 지속적으로 확대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반건설은 최근 토목과 관급 주택건설 도급 사업이 주력인 울트라건설을 인수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대비하고 있다. 호반건설이 주택사업 뿐이어서 토목사업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는 것이다.
동문건설은 최근 공공택지보다 도시정비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또 한양은 주택사업외에 복합개발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양은 영남·해남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청라지구 국제금융단지, 새만금 신시·야미 관광레저개발 등 대규모 복합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여수 한양그린발전소, 묘도 융·복합 미래단지 등 발전·에너지 부문의 사업도 추진중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그간 공공택지는 주로 자체사업으로 사업구조가 안정적이고 분양성이 보장돼 중견 건설사들의 질적·양적 성장에 크게 기여해온 게 사실"며 "앞으로 도급 사업 추진을 위해 수주 역량을 키우고 사업 포트폴리오도 적절히 구성하는 등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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