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오기' 울음소리는 처량하고 구슬펐던 모양이다. 아동문학가 한정동 선생은 일제 시기 부모와 나라를 잃은 슬픔을 따오기의 울음소리에 빗대 이렇게 읊었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떠나가면 가는 곳이 어디 이드뇨/내 어머니 가신 나라 해 돋는 나라//잡힐 듯이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구슬픈 소리/날아가면 가는 곳이 어디 이드뇨/내 아버지 가신 나라 달 돋는 나라"(192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작 '따오기')
동시 따오기는 동요 작곡가 윤극영의 애잔한 곡이 더해지며 국민의 심금을 울렸다. 그렇다고 정작 따오기 울음소리가 진정 처량하고 구슬픈지 들어본 이는 찾기 어렵다.
따오기는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 친근한 새였다. 1892년 영국인 캠벨은 "한국에는 겨울과 봄에 흔한 새"라고 기록했다. 19세기 말 폴란드인 타크자노스키도 서울 북부 지역에서 50여 마리의 따오기 무리를 관찰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서해 5도의 대표적인 섬 백령도(白翎島)란 이름은 '따오기가 흰 날개를 펼치고 공중을 나는 모습'에서 나왔다. 본래 이름은 '곡도'(鵠島'고니섬)였다.
한반도에서 흔히 볼 수 있던 따오기는 1968년 천연기념물 제198호로 지정됐다. 찾아보기 힘들게 된 것이다. 1954년 한 미국인이 남대문시장에서 표본 1점을 구입했다는 것과 1966년 경기도 문산 비무장지대에서 겨울을 나는 백따오기를 관찰했다는 기록 이후 흔적조차 드물어졌다. 다행히 1974년 12월 역시 문산 비무장지대서 겨울을 나는 네 마리가 관찰됐지만 이후 1979년 한 마리를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췄다.
경남 창녕군 따오기복원센터가 따오기 복원에 성공했다. 1979년 한반도에서 사라진 지 37년 만이다. 이는 '따오기 외교'의 산물이다. 2008년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후진타오 따오기' 암수 한 쌍이 들어왔다. 2013년엔 '시진핑 따오기' 두 마리가 더 들어왔다. 이제 개체 수가 171마리까지 늘었고 그중 24마리를 공개했다. 아직은 900㎡ 관람케이지 안에서 볼 수 있다. 그것도 하루 4차례, 1회당 50명밖에 보지 못한다. 내년 10월 우포늪에 자연방사될 때까지다.
한때 한반도에서 사라졌던 따오기 울음소리를 자연 상태에서 다시 듣게 된 것만으로도 큰 즐거움이다. 그래서 따오기 울음소리가 이젠 처량하고 구슬프게 들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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