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소년이 행복한 대구]<상>우리마을교육나눔

한부모가정 아이들 "동네 아빠와 텃밭 가꾸며 미래 꿈 키워요"

대구시 북구 관음동의
대구시 북구 관음동의 '우리마을 텃밭가꾸기' 사업. 우리마을교육나눔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들은 동네의 아이들과 텃밭을 가꾸고 수확의 기쁨을 함께 누린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진로까지 상담하는 '동네 아빠'가 된다. 대구시 제공

청소년이 행복한 도시, 도시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닐까?

대구시는 지난 2014년 전국 처음으로 청소년이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가꿔 나갈 수 있는 '우리마을교육나눔' 사업을 기획했고, 2015년 시교육청과 협력하여 첫걸음을 내디딘 이래 사업 2년 차를 맞았다.

◆지역사회가 아이들의 배움터가 되도록

우리마을교육나눔은 청소년의 행복을 찾아주려는 사업이다. '청소년이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의 답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기성세대의 어린 시절을 떠올린 것이다.

경제적으로 풍족한 시절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마을이 아이를 키웠다. 부모와 선생님뿐만 아니라 동네 어른들 모두가 아이를 보살펴 주었고, 냇가, 뒷산, 학교 운동장, 관공서 등 마을 전체가 교육장이었다. 이후 경제가 발전하고 핵가족화로 마을의 공동체는 점점 해체되었고, 교육은 학교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구조가 됐다.

이에 대구시는 아이들을 키우는 역할과 책임이 더 이상 학교에만 부과돼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지역사회가 아이들의 배움터이자 미래가 되고, 청소년들이 마을의 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동(洞)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학교, 경찰서, 복지관, 청소년시설, 일터 등을 개방, 소통, 공유하여 행정과 민간이 함께 협력하는 전국 최초의 청소년 행복진로 거버넌스 사업이 탄생했다.

우리마을교육나눔 사업은 주민 주도로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우선 동별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마을의 자원을 파악하고, 청소년을 위한 사업을 주민들과 함께 계획한다.

아울러 마을의 주민과 청소년, 행정과 주민을 연결하고 진로직업 등 다양한 현장체험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기 위해 각 구별로 코디네이터를 선발, 배치했다. 2015년 7명, 2016년에는 12명의 전담인력이 배치됐다. 이들이 타 시'도의 유사한 사업과 차별되는 요소 중 하나다. 타 시'도의 사업은 마을 안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마을학교 개념이다. 마을만들기 사업의 일환이거나 혹은 교육청 주도로 이루어지는 창의인성 체험교육의 '마을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 사정에 맞는 특색 있는 사업 꾸며

대구의 우리마을교육나눔 사업의 특색은 단순히 마을 내에서 교육을 하는 사업이 아니라, 마을의 자원을 바탕으로 주민이 중심이 되어 마을의 특성에 맞게 청소년의 행복진로를 설계하는 데 있다.

북구 관음동의 사례가 사업의 특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관음동은 한부모가정이 많은 지역이다. 추진위원회는 마을의 아이들이 '제복을 입은 아빠의 모습을 동경한다'는 사실을 알고 '아빠의 날'을 만들기로 한다.

참여 주민들은 '아빠의 날'에 함께 모여 캠핑을 하면서 바비큐 파티를 열기로 했다. 바비큐 파티에는 채소가 빠질 수 없으니 이참에 텃밭을 가꾸기로 결의한다, 관음동의 동네텃밭은 이렇게 탄생했다.

동네 공동체 텃밭에서 수확을 하는 날, 주민과 아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파티를 열고 '일일 아빠 되기' 행사를 열었다. 일일 아빠들은 그날 하루에 그치지 않고 '동네 아빠'가 되기로 약속하고, 한부모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진로 설계를 도와주기로 했다.

또 한 지역의 활동이 우리마을교육나눔 사업의 공통 프로그램이 된 사례가 있다.

달서구 월성1동은 전형적인 아파트 밀집지역이다. 18개나 되는 단지로 구성되어 있어서 아파트 동네의 폐쇄적인 특성이 드러났다. 추진위원들은 '어른들이 바뀌어야 아이들도 바뀐다'는 생각에 아파트 '이웃 간의 담'을 낮추자고 결의했다. 또 어른과 청소년이 만나기 위해서는 어른들이 서로 알아야 한다며, '어른부터 먼저 인사하자'는 캠페인을 실시했다.

서로가 차츰 얼굴을 알게 되자 좀 더 진지한 논의를 할 수 있게 됐고, '인사하는 동네, 담장이 낮아져요'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매일 출근시간에 아이들과 어른들이 일정 장소에 모여서 서로 인사를 나누는 것이다. 처음에는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서로 계면쩍고 낯설어했지만 인사를 받아 주고 안부를 묻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났다. '인사하기'를 통해 우리마을교육나눔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과 청소년들이 늘어났고 월성1동은 19개 마을 중 우수마을로 선정됐다. 만나야 소통하고, 소통해야 변화가 일어난다는 과정을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이는 올해 우리마을교육나눔 사업에 참여하는 전 마을의 공통 프로그램으로 선정됐다.

◆ 참여 마을 해마다 증가…내년 50곳으로

우리마을교육나눔 사업에는 2015년 19개 마을, 2016년에는 38개 마을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는 392개 프로그램이 모두 635회 운영됐다.

주민과 청소년들은 이 사업에 상당히 만족했으며, 전문가들은 어른과 청소년의 다양한 스킨십을 통해 인성 제고에 가장 좋은 프로그램으로 평가했다. 올해는 청소년의 행복진로를 위한 세대공감, 인성, 안전, 복지돌봄, 창의문화, 직업탐험 등 6개 분야로 프로그램을 체계화했다.

마을별로는 우리마을교육나눔 거버넌스를 통해 마을 자원의 특성에 맞게 프로그램을 가동시키고, 사업의 질적 성장 및 지속 가능성을 위한 통합지원단도 운영하고 있다. 통합발대식, 코디네이터 정기세미나, 추진위원장 워크숍, 마을디자이너 육성, 청소년이 마을의 미래를 스스로 상상해보는 소셜픽션 콘퍼런스, 사업 결과를 공유하는 통합교류회 등 연간 프로그램이 시행되고 있다.

2017년에는 50개 마을이 우리마을교육나눔 사업에 참여한다. 대구시 교육청소년정책관실 관계자는 "12월부터 구별 설명회와 내년 1월엔 마을별 순회 워크숍을 연다. 마을 디자이너 육성 등을 통해 1, 2차년도보다 더 체계적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면서 "청소년들이 마을에서 잘 자라서 지역의 청년으로 성장하고, 지역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주인공이 되도록 하는 도전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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