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하게 보게 된 영화의 한 장면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아 그 이야기로 시작하려고 한다.
"뮤지션(musician)한테 은퇴란 없대요. 음악이 사라지면 멈출 뿐이죠. 제 안엔 아직 음악이 남아 있어요." 영화 '인턴'에서 명배우 로버트 드 니로(Robert De Niro)가 시니어 인턴십 프로그램 면접에서 한 말이다.
영화를 보다가 마음에 큰 울림이 있었던 배우의 대사를 메모한 기억이 있다. 이 메시지는 우리 시니어들이 새로운 삶에 도전할 수 있는 동기부여도 되겠지만,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미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우리의 현실과 다를 수 있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 되어가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고, 내 자신이 영화 속 주인공인 된 듯한 기분이 들어 아주 인상 깊게 보았다.
우리 사회가 법적으로 정한 은퇴 시기의 능력이나 활동력은 전성기 시절의 100%는 아니더라도 많이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본다. 평생 자신의 분야에서 갈고닦은 전문성이 일정 나이가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이 70세에도 이르지 못한 시대에는 20~30년 교육받고 준비해서 20~30년 일하고 나면 그 이후 10년 정도를 은퇴 생활이라 해서 그냥 조용히 인생 후반기를 보내는 것이 보편적인 삶의 주기였다. 그러나 인생 100세 시대인 지금은 그렇게 보내야만 하는 시간이 많게는 30년 이상이기에 아무런 계획 없이 남은 인생을 보내는 것은 재앙인 것이다.
보편적인 우리의 삶은 사회 속에서 개인 및 가족의 역할, 사회적인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20~30년을 교육받고 준비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지금 은퇴 생활을 하고 있거나 은퇴를 준비하는 어느 누구도 그러한 시간과 열정을 투자할 만한 여유는 없다.
우리나라도 시니어들의 인생 2라운드를 돕기 위해 노인복지관, 50플러스센터, 인생이모작지원센터, 내일설계지원센터 등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기관들이 있지만, 노인복지관을 제외하고는 일부 지역에서만 운영되고 있어서 아쉬움이 많다.
인생 100세 시대를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은퇴라는 이름을 뒤로하고 제2의, 제3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시니어들의 새로운 인생 설계와 의미 있는 사회 참여를 돕는 전문 기관들이 많이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무엇보다 우리 시니어의 마음속에 '아직 음악이 남아 있음을' 우리 사회가 알아주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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