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테일 오브 테일즈

기발한 상상력과 기괴함 뒤섞인 '19금 동화'

'이야기 중의 이야기'라는 제목은 이탈리아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잠바티스타 바실례의 동화 50개 중 3개를 뽑아 만들어진 영화를 뜻한다. 동화라고 하지만 어린이 관객을 위한 작품이 아니라 '잔혹 동화'이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빨간 구두 소녀, 잠자는 숲 속의 미녀 등 동화들의 원작이 살인과 피, 성과 광기로 가득한 잔인한 이야기라는 점을 생각하면 잔혹 동화의 영화화는 매우 매력적인 일이다. 호러 영화 팬이나 유럽 중세문화에 관심이 많은 관객이라면 충분히 즐길 만한 영화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훈훈한 휴머니즘과 교훈성, 그리고 재미로 가득한 이야기를 생각한다면 많이 당혹스러워진다.

이 영화는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마테오 가로네 감독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제작진과 의기투합해 만들었다. 비밀의 숲을 둘러싼 세 왕국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어 전개되는 호러 판타지 장르이다. 아기를 낳기 위해 괴물의 심장을 먹는 여왕, 왕과의 하룻밤을 위해 위험한 선택을 하는 노파, 거인과 동굴에서 신혼생활을 하게 된 공주 등 세 명의 여성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셀마 헤이엑, 뱅상 카셀, 스테이시 마틴, 토비 존스 등 할리우드와 유럽의 스타들이 작은 배역도 마다하지 않고 출연한 점이 특별해 보인다.

바실례의 원작은 이탈리아에서 국가적인 규모로 편찬된 최초의 동화로 베니스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민담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은 그림 형제, 안데르센, 톨킨 등 유명 작가의 문학적 원형이 되었지만 나폴리 방언으로 쓰인 이유로 200년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테일 오브 테일즈'는 이탈리아 민담과 동화 콘텐츠의 광대함을 입증하는 예술 작품이다. 바실례와 가로네는 평범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기이한 왕과 왕비 캐릭터를 등장시켜 강렬한 여운을 던지는 매혹적인 예술 세계를 창조하였다.

그러나 영화 속 이야기는 중세시대의 비이성적인 인물에 한정되지 않는다. 출산, 젊음처럼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영역에 권력과 돈, 혹은 우연한 행운으로 도달해보려 하는 캐릭터를 통해 광기에 찬 인간의 말로를 교훈적으로 보여준다. 왕의 게임 때문에 괴물과 결혼하게 된 공주가 목숨을 걸고 괴물과 싸우는 에피소드는 운명에 도전하는 인간의 숭고함을 전한다. 왕족 때문에 목숨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민초들의 삶에 애도를 표하는 마지막 장면은 경건하다. 과도한 욕망으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도 망쳐버린 캐릭터들은 지금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깊은 공감을 일으킨다.

영화적 표현에는 에로티시즘과 폭력, 기괴함과 우아함, 음란성과 경건함이 두루 뒤섞여 윤리와 본능 사이에서 휘청거리며 사회를 형성하는 인간 집단을 비추는 거울 같은 기능이 놓여 있다. 하지만 영화의 서사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친절하지 않은 스토리텔링 방식, 세 가지 이야기가 서로 복잡하게 교차하는 편집, 느리게 전개되는 서사 진행, 속내를 파악하기 힘든 침묵의 언어 등 많은 부분에서 영화는 불친절하다. 유럽 시각예술의 전통을 찬미하며 영화를 유희적으로 감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17세기 스페인 미술을 대표하는 궁정 화가 벨라스케스와 바로크 시대의 대표 화가 렘브란트의 명화를 참고하여 만들어졌다는 주조연들의 아름다운 의상은 갤러리에 전시해도 될 정도로 화려하게 디자인되어 관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판타지 서사 속 풍경처럼 기묘한 느낌을 주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협곡과 성 등 다양한 로케이션 장소, 그리고 19세기 스페인 화가 고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는 프로덕션 디자인은 호화롭고 기이하다.

영화는 분명 이미지 예술이지만 동시에 서사체 예술이어야 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호화로운 이미지 뒤에 놓인, 의도적인 불친절한 스토리텔링 방식을 선호하는 마니아 관객에게는 환영받을 개성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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