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태원 참사 투입' 소방관 사망 또 있었다… 트라우마로 질병휴직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천일째를 맞은 지난 7월 2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모습. /연합뉴스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천일째를 맞은 지난 7월 24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모습.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당시 구조 현장에 투입됐던 소방관이 트라우마를 겪다 지난달 숨진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앞서 같은 이유로 사망한 소방관이 확인된 지 하루 만이다.

21일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고성소방서 소속 40대 A소방장이 지난달 29일 경남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외부 침입이나 타살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A 소방장은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 당시 서울 용산소방서 소속으로 현장에 출동해 구조 작업에 참여했다. 다수 사망자의 시신을 수습하고 유족들의 극심한 절규를 목격한 뒤, 불안장애 등을 겪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2월 말 고성소방서로 전보된 뒤 3월 말 질병휴직에 들어갔다. 이후 5월에 복직했다가 다시 질병휴직을 한 상태였다.

그는 고성소방서로 옮기기 직전에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다. 그러나 인사혁신처는 지난 6월 공무와 질병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이의신청이 가능한 90일의 기간이 남아 있었지만, A 소방장은 끝내 지난달 말 숨진 채 발견됐다.

공무상 요양 제도는 재직 중 공무 수행으로 인한 부상 또는 질병에 대해 요양비와 치료 기간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인사혁신처 심사를 통해 승인될 경우 진료비 등을 지원받고, 이후에도 증상이 지속되면 최대 3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A 소방장 유족 측은 공무상 순직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소방본부 측은 유족 측이 공무상 순직 신청 의사를 밝히면 후속 절차를 지원해나갈 방침이다.

앞서 지난 20일에도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30대 소방대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기도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 소방대원은 지난 10일 실종된 뒤 10일 만인 20일, 경기도 시흥시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인근 교각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참사 이후 우울증 진단을 받고 12차례 심리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공동 논평을 통해 "이제라도 생존피해자, 지역 상인, 주민을 포함한 구조자들과 목격자들이 트라우마에서 회복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같은 날 SNS를 통해 애도의 뜻을 전했다. 이 대통령은 "상상조차 어려운 고통과 싸우며 버텨온 젊은 청년을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진다"며 "참사 이후 트라우마로 열두 차례 심리 치료를 받아왔지만 끝내 무거운 짐을 이겨내지 못했다. 명복을 기원하고 유가족에도 애도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국가적, 집단적 트라우마를 온전히 마주하고 치유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안전망과 심리 지원체계를 충분히 구축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이를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로 치부해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지 못하고 고립된 채 방치돼왔다"고 했다. 또 "사회적 무관심이 계속된다면 트라우마는 더 깊어지고 장기화해 공동체 전체를 위협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자살예방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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