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르신 수상(隨想)] 경로당의 일꾼

우리 경로당 회원들의 평균 나이는 81세다. 내가 처음 가입할 즈음 파동 1경로당은 크기에 비해 회원이 적었고 운영금의 쓰임새도 명확하지 않았다. 몇몇 회원은 개인의 소유인 것처럼 경로당을 마구 흔들며 한정된 회원 외에 가입을 불허하기도 했다. 그런 시점에 신임 회장 등록을 하게 되었다. 주위 환경과 소문이 워낙 좋지 않아 거절했으나 이것도 봉사인데 하고 들어왔다. 내부 사정을 살펴보고 겪어보니 아뿔싸! 너무 일찍 입당했구나 싶었다.

먼저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구조조정에 나섰다. 첫째 운영금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둘째 회원 확충을 위해 온 동네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가입을 권유했다. 동네에서 오래 살아왔고 큰 문제없이 둥글둥글 살다 보니 무려 15명이 가입비를 지참하고 경로당을 찾았다.

파동 1경로당은 지은 지 40년이 지난 건물이라 지역 국회의원, 수성구청의 도움으로 신축을 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10개월의 공사 기간 동안 갈 곳 없는 회원들을 위해 신임 회장의 자택 일부를 내주었다. 좁으나마 날마다 함께 모여 따뜻한 점심을 나눴다. 프로그램을 유치하고 거리 청소, 유치원생 돌보미 등 움직일 수 있는 회원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시도했다.

마침내 지난 5월 27일 신축 경로당 개소식을 근사하게 치르고 신축 경로당의 위상에 어울리는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그간 유치한 노인 관련 프로그램에서 배운 것을 발표도 했다. 재정적 독립을 꾀하기 위해 ①텃밭을 활용해 채소를 생산하고 ②콩나물을 직접 재배해 회원 및 이웃에 판매했으며 ③국산 콩으로 청국장 생산 ④폐식용유 활용 빨랫비누 제작 ⑤파지 모으기를 실천했다.

이 모든 활동을 시대에 걸맞게 소통하고 공유하고자 블로그를 만들어 매일 올리고 있다.

소규모로 지원되는 운영금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독립적인 경로당을 만들기 위해 일치단결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우리 회원들이 바로 애국자라고 생각한다. 프로그램을 위해 찾는 여러 단체의 강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첫째 신축건물에 놀라고, 둘째 회원 수에 놀라고, 셋째 격조 높은 회원들의 단합에 놀란다.

요즘은 100세 시대라고들 한다. 그런데 노동을 통해 밥벌이를 할 수 있는 환경은 실제로 100세 시대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나마 경로당의 다양한 활동을 통해 건강함을 유지하고 일상의 활동성을 견인한다. 이제 갓 새로운 모습을 띠기 시작한 파동 1경로당이 앞으로도 100세 시대에 걸맞은 노인공동체가 되어 어른들의 오늘과 내일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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