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군에는 화목장(1일, 6일 장), 진보장과 부남장(3일, 8일 장), 안덕장과 청송장(4일, 9일 장), 도평장(5일, 10일 장) 등으로 5일마다 돌아가면서 장이 선다. 오랜 세월 사람이 모여 이룬 이들 장터는 청송군민들의 삶의 터전이었다. 시대의 변화는 이런 시골장터에도 영향을 미쳐 장터의 규모가 축소되어 가고 있다. 그나마 활성화되어 시골장의 맛이 살아 있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은 진보장과 청송장이다.
시골 냄새와 서민들의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장터를 41년간이나 지켜온 분이 있다. 청송장에서 맛있고 쫄깃한 어묵을 팔고 있는 김덕분(76) 씨이다. 김 씨는 청송에서 태어나 청송에서 농사를 지으며 청송장에서 장사도 한다. 겨울에는 명물 어묵 장사를 한다. 그는 장사로 슬하의 아들 셋을 먹이고 키우고 가르쳐 모두 출가시켰다. 자식들이 모두 엄마에게 잘하고 잘 살아주니 걱정거리가 없다고 한다. 장날이면 어김없이 오전 6시에 장사를 시작하고 오후 5시 파장하면 집으로 돌아간다.
시골장터는 일요일에는 장사가 잘 안된다고 한다. 도회지에 사는 자식들이 부모님을 찾아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서 바깥나들이를 많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김 씨의 얼굴에는 항상 미소가 가득하다. 한겨울 어묵 냄비 올려놓은 연탄불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어묵도 먹고 막걸리도 한잔하면서 이야기도 하는 시골장터의 풍경. 바로 이곳 청송장의 한복판에서 펼쳐지는 모습이다.
장날이면 이웃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나와 장도 보고 말동무도 할 겸 김 씨를 찾아오는 분이 있다. 아흔이 넘은 이 할머니는 오랜 세월 김 씨의 단골이다. 김 씨를 딸처럼 생각해 장날 나올 때마다 들러 어묵을 사드신단다. 혼자만 드시는 것이 아니고 마음이 가는 장터 사람들을 대접하기도 하는 아름다운 마음씨의 시골 할머니이다. 김 씨의 어묵 맛은 시골의 맑은 공기, 끈끈한 정으로 버무려진 구수한 시골장터의 맛 그대로다.
◆장터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수길
장터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수길
장터 순례: 8년간 535개 5일장터 순례 대장정 최단시간 최고기록
장터 저서: 모정의 세월, 장인정신, 희로애락, 문득 삶이 그리운 날에
교육: 동명대/부산경상대/경남정보대 외래교수 및 겸임교수 역임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