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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염병 없는 닭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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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과거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희망하며 한 말이다. 박정희 정권의 핍박에도 닭이 우는 새벽 즉 민주주의는 올 것이라는 갈망을 담았다. 이처럼 닭을 소재로 삼은 말, 글, 이야기는 고금(古今)에 숱하다. 특히 옛 사람들이 그랬다. 닭에 대한 뛰어난 관찰력과 비유, 경계(警戒)를 엿보게 하는 기록이 지금까지 많이 전하는 까닭이다.

조선 숙종 시절 문신 임상덕이 남긴, 집에서 기르던 뭇 어린 닭과 늙고 싸움 잘하는 큰 수탉에 대한 글인 '자로계'(子老鷄)도 그 하나다. 힘센 수탉은 어린 닭을 괴롭혔다. 이에 어린 닭들이 맞서 한 마리씩 차례로 번갈아 나섰다. 그렇게 30, 40차례나 맞붙었다. 혼자인 수탉은 지쳤고 어린 닭들은 한꺼번에 대들었다. 마침내 수탉은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다른 글도 있다. 정약용의 '병아리를 본 이야기'라는 '관계추설'(觀雞雛說)이다. 집의 어미 닭과 병아리 모습이다. '어릴 때 어미 곁을 떠나지 않고 따라 물 마시고 따라 쪼니 자애로움과 효성스러움이 지극하다. 자라서 어미 곁을 떠나 형제간에 서로 따라 함께 움직이고 같이 깃들고 개가 짖으면 서로 호위하고 올빼미가 지나가면 서로 소리 지르니 우애의 정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정약용은 이를 두고 '효와 자애로움, 그것은 어짊의 근본'이라며 '병아리의 지극히 비천하고 지극한 미물에게 웃음거리'가 되지 않도록 경계했다.

사뭇 다른 사례도 있다. 고려는 몽골 요구로 매를 바쳤다. 매를 키우는 응방(鷹坊)이 생긴 까닭이다. 1283년 충렬왕 때 매 관청도 두었는데, 매를 잡고 기르는 일이 백성에겐 고통이었다. 사람이 죽기까지 했다. 충혜왕(1340~1344) 시절도 그랬다. 어느 날 응방 관리가 매에게 닭을 먹이로 주었다. 매는 닭의 한쪽 날갯죽지를 거의 다 먹었다. 죽을 지경의 닭은 새벽에 울었으나 모습은 참혹했고 왕도 알았다. 왕은 측은히 여겨 응방을 없앴다. 닭 울음이 왕의 마음을 움직였으니 문신 이첨은 이를 두고 '인'(仁'어짊)이 본래 인심에 고유한 것임을 알게 하는 것'이라 했다.

내일은 설날이다. 정유년 닭의 해가 시작된다. 닭은 인간에 이런 깨달음과 생각거리를 준다. 어린 닭의 지혜, 자애와 효성, 어짊까지 일깨워준다. 올해는 그렇게 보내자. 그러면 25일 국정 농단 특검 조사팀에 강제구인된 최순실의 "억울하다"는 개념 없는 고함이나 이에 놀란 건물 관리 아주머니의 "염병하네"와 같은 저주스러운 말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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