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우울한 환경이지만 가족'이웃과 정 나누는 설 돼야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았건만,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척박하기 그지없다. 밖으로는 북한 핵 문제와 미국'중국'일본과의 마찰, 안으로는 탄핵 정국, 불경기, 청년 실업으로 인해 어수선하고 우울한 분위기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 국방 등 어느 분야 하나라도 제대로 돌아가는 구석이 없으니 암담하기만 하다.

이맘때쯤이면 양손에 선물을 든 채 들뜬 마음으로 귀향길에 나서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이 주위에 너무나 많다. 오랜만에 가족 친지와 정을 나누는, 가장 즐거워야 할 때에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야 하고 나라 걱정까지 해야 하니 답답하기 짝이 없다. 크게는 우리 민족, 작게는 나 자신이 고작 이 정도밖에 되지 않나 하는 자조감이 우리를 지배할 만한 환경이다. 이렇다 보니 '명절 분위기가 실종됐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명절이면 오순도순 정을 나누기보다는 정치적 견해, 돈 문제, 고부 및 세대 갈등 등으로 인해 서로 얼굴을 붉히거나 상처를 받는 가정이 많다고 한다. 웃고 떠들어도 모자랄 판에 세대'계층 간 간극만 확인하고 씁쓸함만 더해지는 명절이 돼선 곤란하다. 더욱이 탄핵 정국을 놓고 세대 간에 입장과 생각이 다른 상황에서는 자칫하다간 감정싸움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윗사람이든, 아랫사람이든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감을 잃지 않아야 가족만이 줄 수 있는 푸근함과 정겨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네 삶이 아무리 팍팍하더라도, 설 명절을 헛되고 무의미하게 보낼 수는 없다. 가족 친지를 돌아보는 것 못지않게 어려운 이웃을 챙기는 명절이 돼야 한다. 이번 설에는 불황의 그림자로 인해 예년보다 온정의 손길이 줄었다고 하니 이웃에 대한 도움과 관심이 절실하다. 소외 이웃을 살피고 보듬는 것이 설 명절의 의미를 더해주지 않을까 싶다.

설은 새해 새날에 구태를 버리고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날이다. 이날만큼은 우울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떨쳐버리고 가족'이웃과 함께 실컷 웃고 즐겨야 한다. '복(福)은 자기가 하는 대로 따라온다'는 옛말처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설 명절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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