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정모(57) 씨는 얼마 전 가게 앞에서 30분 넘게 실랑이를 벌인 노인 두 명을 말리느라 진땀을 뺐다. 평소 근처에 사는 A씨에게 폐지'공병을 모아 줬는데 이날은 가게 앞에 내어둔 공병을 B씨가 먼저 가져가려는 통에 몸싸움까지 벌어진 것이다. 정 씨는 "어르신들이 폐지나 공병을 두고 언쟁을 벌이는 모습을 종종 본다"고 전했다.
생계를 위해 폐지나 빈 병을 줍는 노인들 사이에 심심찮게 '영역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빈 병 보증금이 오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택가나 식당 주변에서는 빈 병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다. 달서구 한 식당 주인은 "원래 주류도매업자가 식당의 빈 병을 회수해가기 때문에 빈 병을 잘 내놓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보증금이 워낙 올라서 바깥에 빈 병을 모아두면 가져가는 분들이 꽤 있다"고 했다.
추운 날씨에 하루종일 길거리를 돌아다녀도 폐지나 빈 병을 발견하지 못한 채 허탕을 치는 노인들도 많다. 폐지를 주워 생활비에 보태고 있다는 허모(78) 씨는 "주로 집 주변을 돌아다니는데 요즘은 하루종일 돌아도 폐지 10㎏ 모으기가 쉽지 않아 멀리까지도 간다. 다른 동네로 가면 모르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괄시받기도 한다"고 했다. 남구의 한 고물상 관계자는 "1㎏당 100원 안팎의 폐지 값으로는 어르신들이 하루에 단돈 1천원 벌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 보니 무게가 많이 나가는 종이 상자나 빈 병을 보면 다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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