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희구(1942~ )
청도 이서伊西 쪽에서
팔조령 넘어온
새들이 잠시 놀다 가고
금호琴湖 대창大昌 쪽에서
건들바람이 불어와
건들건들 빈둥거리다 가고
청도 운문雲門 쪽에서
구름이 몰려와
그렁지만
맨들어놓고 가고
(「대구」 제1집, 시집 『大邱』 오성문화 2015)
*건들바람: 원래는 풍속의 세기를 가늠하는 등급을 말하지만 여기서는 그냥 '게으름 피우는 바람'이란 뜻으로 써본 말이다.
*그렁지: 그림자
대개 70~80년 전쯤, 대구 동남쪽에 위치한 수성동, 범어동, 황금동, 범물동, 지산동, 두산동 등은 닭 우는 소리에 새벽이 깨어나고 개 짖는 소리에 사립문이 닫히는 그야말로 산자수명(山紫水明)한 그림 같은 산촌(山村)이었다. 지금은 아파트촌과 빌딩숲을 이룬 첨단의 번화가가 되었는데 도시 개발 논리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일일 터이지만 대구 지방의 자연생태계 변화는 실로 엄청나서 두렵기까지 하다. 위의 시는 어느 날 범물동 빌딩숲 사이를 걷다가 갑자기 옛적 이곳의 그렇게도 목가적(牧歌的)이었던 전원 풍경이 생각나,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연상하며 절대전원(絶對田園)을 동경하여 쓴 작품이다.































댓글 많은 뉴스
장동혁 대표 체제 힘 실은 TK 의원들
李대통령 지지율 54.3%로 소폭 하락…전재수 '통일교 의혹' 영향?
李대통령 "내가 종북이면 박근혜는 고첩…과거 朴정부도 현금지원했다"
'국비 0원' TK신공항, 영호남 연대로 뚫는다…광주 軍공항 이전 TF 17일 회의
버스 타곤 못 가는 대구 유일 '국보'…주민들 "급행버스 경유 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