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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세율과 세수 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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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사물의 변화 원인을 힘들이지 않고 찾으려는 심리적 경향을 '휴리스틱'이라고 한다. 논리적 분석이나 사실에 의거한 판단보다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는 '심리적 지름길'이란 뜻이다. 모든 변화를 특정 원인이 특정 결과를 낳는 선형적 관계로 보는 심리적 편향도 그중 하나다. 이는 진화 과정에서 체득한 인류 공통의 심리적 기제이다. 그 이유는 생존을 위협할 수도 있는 변화의 원인 파악과 대처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 복잡계 이론이 밝혀냈듯이 세상의 변화는 단일 원인으로 환원할 수 없다. 여러 요인의 동시다발적 개입이나 한 요인이 다른 요인을 낳고 그 요인이 또 다른 요인을 낳는 연쇄작용이 변화를 초래한다. 세율과 세수의 관계도 그렇다. 비선형적이다. 세수 증가나 감소는 세율 하나만이 아니라 경기 상황, 기업의 투자 의지, 개인의 근로 의욕 등 수많은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이는 세율을 높이면 세수가 늘어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으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임을 뜻한다. 이를 실증하는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소득 세율과 소득 세수의 추이다. 1951년부터 1963년까지 12년간 최고 세율은 무려 91%, 최저 세율도 20%나 됐던 '슈퍼세금' 시대로 이 기간의 세수는 국내총생산(GDP)의 7.7%였다. 하지만 1964년 케네디 행정부 때부터 최고 세율과 최저 세율은 각각 70%와 14%로 대폭 낮아졌지만, 세수는 GDP의 8%로 오히려 늘어났다.

1980년대 들어 레이건 행정부가 감세정책을 펴면서 최고 세율은 50%로, 최저 세율은 11%로 다시 내렸지만, 세수는 GDP의 8.3%로 더 늘어났다. 하지만 1990년과 1993년 사이 최고 세율을 31%로 올리자 세수는 GDP 대비 7.8%로 떨어졌다. 그러나 최고 세율이 39.6%로 높아진 1997년과 2002년 사이 세수는 GDP 대비 9.4%로 치솟는 반대 현상이 나타났다. 증세론자는 세율과 세수가 정비례함이 입증됐다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때의 세수 증가는 IT산업 버블에 따른 나스닥 주식의 폭등이 주원인이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주요 후보 4명 모두 법인세 인상을 내걸고 있다. 세율을 높이면 세수는 늘어난다고 믿는 전형적 휴리스틱이다. 세율을 높여 세수가 늘어난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참 딱한 노릇이다. 한국 정치인의 수준은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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