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칼럼] 문재인과 함께 문워크(Moon-Walk)를

문재인 시대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시작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어깨에 잔뜩 들어가 있던 힘은 빼고, 부족하거나 아예 없던 대화와 소통은 더 늘리고, 국민과의 거리는 가깝게 하고, 언론과도 더 많이 만나고 있다. 고독한 관저에서 시끌벅적한 광장으로 나왔다.

국민들은 더 이상 대통령은 어디 있나, 무얼 할까, 누구를 만날까에 대한 궁금증과 허기짐을 갖지 않게 됐다. 대면(對面)이냐 서면(書面)이냐 하는 말장난도 더 필요가 없다. 일이 있으면 언제라도 누구라도 대통령을 만나고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하고 마음을 나누면 된다. 전임 대통령 시절과 반대다. 청와대 출입기자도 일할 맛이 난다고 한다. 대통령이 많이 움직이고 많이 이야기를 하니 일거리도 훨씬 많아졌다.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성공한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했다. 다분히 전임자를 의식한 발언이다. 빈손으로 들어왔다 빈손으로 나가는 깨끗한 대통령, 약속을 지키는 솔직한 대통령, 큰소리 치지 않는 대통령, 공정한 대통령, 거짓말하지 않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또 겸손한 대통령, 친구 같은 대통령 이야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그리는 새 대통령의 모습은 그리 어렵고 대단한 게 아니다. 국민들이 이런 대통령이었으면 하고 늘 바라던 모습이다. 전임 대통령이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일 뿐이다. 그래서 반면교사라는 거다.

취임한 지 일주일도 안 되었으니 국민과 대통령 사이는 허니문을 넘어 '설렘'의 시기다. 부부로 치면 막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때 정도 된다. 모습 하나하나, 말 한마디가 다 사랑스럽게 보이고 들릴 때다. 선거에서는 40%만 지지하고 60%는 지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국민들 83%나 문 대통령이 잘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대구경북은 이만큼은 아닐 것이다. 문 대통령에게는 제일 적게 표를 주고, 정반대 편 후보를 제일 많이 찍었으니 반응이 신통할 리가 없다. 또 주변에는 TV만 틀면 넘쳐나는 '달(Moon)타령'에 심사가 뒤틀리는 분, 소화가 안 된다는 분들이 더러 있다.

물론 이해가 가지 않는 바 아니다. 이분들의 나라 걱정, 자식 걱정 방식이기도 하다. 선거 때 곧 나라가 요절이 나든가 넘어갈 것만 같다는데 자식들은 도무지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온갖 설득과 회유 그리고 협박(?)도 통하지 않았다. 생각할수록 괘씸하다. 대선 결과 역시 '걱정한 대로' 돼버린 것도 화가 난다. 막판에 역전까지 기대했는데 차이가 너무 많이 난 것도 충격이다.

이왕 선거는 끝이 났다. 새 대통령은 취임을 했고 전직 대통령은 탄핵당하고 구속되어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어 닥친 광풍은 그렇게 지나갔다. 박근혜의 시대가 가고 문재인의 시대가 개막됐다. 그런데도 이분들 가운데는 왕조시대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신봉자 같은 분도 있다. 박근혜만 대통령이고 문재인은 대통령이 아니란다. 백이 숙제의 고사처럼 수양산에서 고사리만 뜯어 먹겠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억지다.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게 아니라 '걸리기만 걸려라'이거나 '얼마나 갈 수 있을지 단단히 지켜보겠다'는 부정적 공격적 자세다.

하지만 어쩌랴. 이분들 역시 함께 가야 할 대한민국 국민이다. 차 빼고 포 떼고 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정부는 뺄셈 정부가 아닌 덧셈 정부여야 한다. 문 대통령의 원칙과 철학에 대한 훼손이 아니라면 이분들이 걱정하는 것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함께 고민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특정 지역, 일부 계층만이 아닌 전체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꿈이 아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통령 역시 그림의 떡이 아니다. 충분히 현실일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들이 다 함께 만들어내는 '문-워크'(Moon-Walk)를 기대한다. 마이클 잭슨보다 더 멋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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