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사소한 차이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변해간다. 정신을 차리고 살아야지 하고 마음을 먹다가도 그것조차 크게 의미가 없다는 것을 쉽게 깨닫게 된다. 손에 쥔 스마트폰 하나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 어느 작은 마을의 날씨와 그곳에 숨은 맛집 하나까지 검색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닌가? 이런 편리한 디지털시대를 살면서도 우리 삶이 점점 여유가 없고 각박해지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사회 구석구석이 조명되다 보니 우리의 눈, 코, 귀, 혀, 살갗을 통해 들어오는 자극에는 민감하게 반응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마음 안에는 점점 여백이 사라진다.

인터넷의 팽창으로 지식은 폭발적으로 펼쳐져 있어 누구나 나름의 전문가처럼 행세하지만, 진정으로 남의 의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어쩌다 지하철에서 책이나 신문을 보는 사람을 보게 되면 신기하고 반가울 정도다. 모두 고개 숙여 휴대폰만 주시하는 저두족(低頭族)으로 살아가는데 꼿꼿이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은 오히려 낯설다.

지난 토요일 청도 '목언예원'에서는 봄밤 '가족시낭송회'가 열렸다. 몇 팀으로 구성된 가족들이 저마다 준비한 시조를 잔잔한 배경음악과 아름다운 목소리에 담아 제각기 들려주었다. 특별히 멋을 내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고 담담히 들려주는 시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큰 울림이 되어 듣는 이의 가슴으로 전해지기까지는 정말 몇 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특히 엄마와 누나, 남동생이 한 조가 되어 시조낭송을 하고 학생으로 보이는 동생이 서툰 자작시를 용기 내어 소개하는 장면에서 "내가 시를 좋아하는 이유가 시를 읽는 엄마를 통해서 엄마의 환한 미소를 보았고, 그 시가 엄마를 다시 소녀가 되게 하는 힘을 발견했음"이라는 순수한 내용이었다. 아! 잠시 짧은 동안 무엇인지 모르지만 내 마음을 두드리고 지나간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느끼는 놀라운 힘, 그리고 이어지는 박수 소리, 모르긴 해도 그 친구가 오랫동안 스마트폰 화면에만 코를 박고 지냈다면 시를 읽는 엄마의 미소도, 어느 날에 소녀의 모습이 겹쳐지는 엄마의 얼굴도 읽어내지 못했으리라고 짐작이 된다.

달이 뜨기를 내내 기다렸지만 돌아올 때까지 끝내 보지 못해 조금은 아쉬웠다. 그래도 모처럼 별이 잔뜩 박힌 밤하늘을 오래 쳐다보았으니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조금은 늦은 봄밤을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처음 만난 사람끼리의 어색함도 사소한 눈빛, 사소한 말 한마디를 건네며 상대방과의 거리를 반으로 좁힐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시작은 보잘것없이 작은 차이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큰 차이로 거듭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딛고 일어서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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