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북 종가에 부는 변화의 바람…의성 김 씨 불천위 제사 자정에서 저녁으로 변경

후손들 부담 줄이고 나이 든 제관 건강 고려

김창균(가운데) 청계 종손과 제관들이 18일 안동시 임하면 천전리에 있는 의성 김씨 종택에서 청계 김진 선생의 불천위 제사를 지내고 있다. 김영진 기자
김창균(가운데) 청계 종손과 제관들이 18일 안동시 임하면 천전리에 있는 의성 김씨 종택에서 청계 김진 선생의 불천위 제사를 지내고 있다. 김영진 기자

안동시 임하면 천전리에 있는 의성 김씨 청계종택은 18일 300여 년 동안 자정에 지냈던 제사를 오후 8시로 20시간 늦춰서 지냈다. 초저녁 제사로 바꾸자 이날 제례에 참여한 제관은 60여 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이에 앞서 지난 2014년에는 퇴계 이황 선생의 종가가 수백 년 동안 자정을 넘겨 지내던 불천위를 초저녁으로 바꾼 바 있다.

경북 지역에서 수백 년 동안 자정을 넘겨 지내던 '불천위(不遷位) 제사'가 초저녁 제사로 바뀌는 등 종가문화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불천위 제사는 고조(高祖)까지 4대를 모시는 유교식 제사 예법과는 관계없이 많은 공을 세웠거나 학문과 덕이 높은 이들에게 영구히 제사를 모실 수 있도록 허락된 조선시대의 특별한 제도이다. 살아서도 모든 사람의 표상이 됐던 불천위 인물은 사후에도 국가나 유림, 후손들로부터 제사 등을 통해 대대손손 추앙을 받고 있다.

하지만 농경사회였던 과거와는 다르게 타 지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현대의 후손들에게 자정부터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되는 제례는 부담이 됐다.

특히 전국 170여 개의 불천위 종가 중 110여 개가 경북 지역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 서울과 대구 등 도심으로 떠난 후손(제관)들이 평일 열리는 불천위 제사를 위해 최소 왕복 2시간이나 소요되는 경북을 방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한국국학진흥원이 지난해 비공개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경북 지역의 불천위 종가 중 절반 정도는 이미 현실에 맞게 제례 방식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조상보다 음식을 미리 먹는 불효만큼은 피하기 위해 아침, 점심을 거른 채 제사를 지내는 등 조상에 대한 예는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사 시간의 변화는 후손들의 참여를 늘리는 효과를 불러왔다.

김창균(65) 의성 김씨 청계종택 종손은 "서울과 대구 등 직장에 다니는 후손과 나이가 많은 제관들의 건강을 생각해 시간을 조정하게 됐다"면서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후손이 제례에 참석해 선조의 학문과 정신을 되새긴다는 것이 불천위 제사를 지내는 참뜻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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