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자체마다 공항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원, 제주, 대구, 군위 등이 수면 위로 올라 찬반 논쟁이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저마다 주장하는 이유가 뚜렷해 선뜻 한쪽으로 기울기 힘들다. 다만, 주장하는 가치가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있다. 경제, 환경, 지역 발전, 아니면 안보 가치 등이 복잡하지만, 이것저것 무시하고 중요한 가치 한두 개만 주장한다면 얼마든지 그걸로 찬반 논쟁에 참여할 수 있다.
'가치' 운운하는 찬반론자들은 그나마 다행이다. 즉, 순수하다는 뜻이다. 그 순수함을 이용하는 선거꾼들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정적(政敵)이 찬성하면 그 상대편 정적은 반대한다. 선거 당사자가 나서지도 않는다. 교묘하게 자금을 대고 몇몇 극렬 선동가를 앞장세워 죽기 살기로 정적을 몰아붙인다. 지역민들은 덩달아 찬반 대열에 끼어든다. 이미 선거전 아닌 선거전으로 치닫는다.
공항과 같은 국책 사업 하나를 결정하는 데는 엄연한 민주적인 절차가 있고 과정이 있기에 그 절차에 따라 진행하면 되는데 선거꾼들은 그러지 않는다. 오히려 선거꾼들에겐 절차가 거추장스럽다. 찬반의 명목은 구실이고 지자체 권력을 잡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선거꾼들이 자신의 불순한 의도를 감추고 찬반 논리를 펼 때 한 술 더 뜨는 사람들이 있다. 지역 혹은 타 지역의 시민단체가 반드시 가세한다. 시민단체는 그야말로 순수한 뜻이 있겠지만 이미 그 찬반 논쟁에 뛰어들 때부터 선거꾼들의 농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민단체까지 가세해서 같이 맞장구를 치니 선거 당사자들은 표정 관리가 어려워진다.
선거꾼들은 어떡하든지 찬반의 규모를 키우려고 한다. 사이비 기자를 동원하고 지역의 패거리들을 앞장세우며 현 지자체의 문제점들을 들춰내는 전략으로 이슈를 만들어 낸다. 한마디로 '목불인견'에 가까운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 그 내막을 알든 모르든 찬반 대열에 끼어든 순수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이용당하고 있음을 잘 알지 못한다. 나의 주장이 관철되기만 바랄 뿐이니 다른 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나의 목적만 달성하면 되지, 악마가 나의 영혼을 이용하든, 나의 열정을 갉아먹든 그건 중요치 않다. 선거꾼들은 특히 그 점을 잘 이용한다.
적어도 이들로부터 이용당하는 호구가 되지 않으려면 나의 순수한 열정을 더욱더 부추기는 자들이 누구인지 주변을 찬찬히 돌아다보길 권한다. 그 주변엔 반드시 선거 기술자들이 숨어 있다. 나의 주장을 동조하는 무리의 본심을 한 번쯤 의심하지 않으면 몹쓸 기술에 걸려 패대기쳐지는 어느 레슬링 선수보다 언젠가 더 뼈아픈 아픔을 맛본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지역 현안의 찬반론자들은 눈 옆을 가리고 질주하는 경주마가 되기보다 두리번거리는 의심 많은 여우가 되어 논쟁에 참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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