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화 문화제' 따로 개최, 민족시인 제대로 기릴 수 있나

이상화기념사업회…상화 고택 복원·개관 업적 1985년부터 '시인상' 시상

5월 26, 27일 이상화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5월 26, 27일 이상화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2017 상화문학제'. 이상화기념사업회 제공
5월 19~21일 수성문화원 주최로 열린
5월 19~21일 수성문화원 주최로 열린 '제12회 상화문학제'. 수성문화원 제공

민족시인 이상화(李相和'1901~1943)는 한 명인데, 그를 기리는 문학제는 대구에서 매년 2개가 2곳에서 열린다. 올해는 수성문화원 주최로 5월 19~21일까지 수성못과 상화동산 등에서 하나가 열렸고, 이상화기념사업회 주최로 5월 26, 27일 이상화 고택 앞마당과 대구문학관 등에서 또 하나가 열렸다.

수성문화원은 시인 이상화의 시작(詩作)과 관련 있는 수성들과 인연을 강조해 2006년부터 매년 학술세미나와 백일장, 상화 유적 답사, 시낭송 대회 등을 포함하는 '상화문학제'를 펼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이상화기념사업회는 2008년 8월 대구시 중구 계산동에 위치한 이상화 고택(시인 이상화가 말년을 보낸 집)을 복원'개관하고 2009년부터 '이상화문학제'를 열고 있다.(2014년부터는 '상화문학제'로 명칭 통일)

◆"상화문학제 따로 개최…소모적"

두 단체가 두 곳에서 한 사람을 기리는 '문학제'를 개최하는 것에 대해 대구시민과 문학인들은 '소모적이다' 혹은 '헷갈린다'고 비판한다. 비판을 고려해 두 단체는 2014년부터 각자 문학제를 열 되, 공동주최'주관하기로 하고 명칭을 '상화문학제'로 통합했다. 또 문학제 역시 이상화 시인의 양력 생일로 알려진 5월 20일을 전후해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통합의 물꼬를 튼 것이다. 그러나 형식적 통합에 불과했다.

2014년에는 두 단체가 6월 초와 7월 초에 각각 문학제를 개최했다. 세월호 참사에 따른 국민적 애도 분위기를 고려해 문학제를 연기하면서 두 단체가 각각 다른 시기에 문학제를 개최한 것이다. 2017년 역시 대통령 선거와 각자의 일정에 따라 수성문화원 주최 상화문학제는 5월 19~21일, 이상화기념사업회 주최 상화문학제는 5월 26, 27일에 개최했다. 또 두 단체가 행사를 공동주최'주관하기로 했지만, 문학제를 알리는 '홍보물'의 명칭과 문학제 '슬로건' 역시 제각각이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대체 '무엇이 무엇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두 개의 상화문학제 근거

수성문화원과 이상화기념사업회가 제각각 상화문학제를 열고 있는 데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이상화기념사업회는 2008년 고(故) 윤장근 선생을 중심으로 예술인, 언론인 등이 주축이 돼 설립됐다. 이들에게는 헐릴 위기에 놓여 있던 상화고택을 지키고 복원했다는 업적이 있다. 또 죽순문학회가 1985년 제정한 '상화시인상'을 이상화기념사업회가 이어받아 시상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수성문화원은 시인들과 이상화 전공학자, 언론인들이 주축이 돼 2006년부터 상화문학제를 개최하고 있다. 상화문학제를 먼저 시작했다는 점이 큰 근거다. 또 이상화의 대표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배경이 된 '빼앗긴 들'이 수성벌이란 점을 들어 수성못에 상화시비를 세우는 등 이상화 시인의 정신을 고양하고 문학세계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단일화로 문학제 규모'위상 키워야

수성문화원이 주최하는 '상화문학제'는 문화원 자체예산(1천만원)과 수성구청 지원예산(2천700만원)으로 시행하고 있고, 이상화기념사업회가 주최하는 '상화문학제'는 대구시가 지원하는 예산(9천500만원)과 이상화기념사업회 예산(1천만원)으로 시행하고 있다.

예산이 적다고 할 수는 없음에도 두 단체가 따로 행사를 진행하다 보니, 시인 이상화의 문학사적 위상에 비해 문학제가 초라하다는 지적과 소모적이라는 비판도 많다.

대구의 한 대학교 시 전공 교수는 "이상화 선생은 한국 시 문학의 문법을 만든 분이다. 그럼에도 상화문학제는 너무 초라하다. 경남 진해의 김달진문학제만 해도 국제 규모의 문학행사로 열린다. 규모만 국제가 아니라 내용 면에도 비중 있는 학술행사가 마련되고 있다. 이상화문학제의 학술대회와 비교된다"고 지적한다. 그는 또 "상금이 문학상의 위상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화문학상 상금(500만원)은 이육사 문학상(2천만원), 구상문학상(5천만원), 만해문학상(1억), 목월문학상(7천만원)에 비해 턱없이 적다"고 말한다.

한 중견 시인은 "두 단체의 상화기념사업은 출발도 다르고, 성격도 달랐다. 이상화기념사업회(전신 죽순문학회)는 상화시인상 시상을 중심으로 하는 기념사업을 개최해왔고, 수성문화원의 상화문학제는 문학세미나, 상화백일장, 상화시낭송대회, 상화유적답사 등으로 개최해왔다. 초창기에는 이처럼 차이가 분명했다. 그러나 2009년 이상화기념사업회가 '이상화문학제'를 개최하면서부터 명칭을 비롯해 행사 내용도 닮은 점이 많아졌다"며 "두 단체 모두 상화의 예술혼과 민족정신을 기리겠다는 목적으로 상화문학제를 열고 있는 만큼 하나의 행사로 합쳐 상화의 문학과 정신을 널리 알리는 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속의 '상화'로 고양해 나가자

이상화기념사업회 공재성 회장은 "상화시인상 상금이 적다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지금 우선해야할 것은 상화의 정신을 고양하고 널리 알리는 것이다"고 말한다. 그는 상화문학제가 두 개로 나뉘어 열리고 있어 혼란스럽고 낭비라는 지적에 대해 "현재 따로 개최하고 있는 '상화문학제'를 향후 문학, 학술, 미술, 기념공연, 축제, 시상, 백일장 등을 아우르는 가칭 '상화문화제'로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과정에서 두 단체가 각각 개최하고 있는 '상화문학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종원 수성문화원 원장은 "시인 이상화를 기념하기 위한 사업은 각자 펼치더라도 상화문학제만큼은 별도의 '조직위원회'를 만들어 단일사업으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양 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대구시와 수성구청이 문학제 통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대구 문인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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