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 법원 인근에 사는 김진수(78) 씨는 집 근처 범어시민체육공원에 심어진 편백나무들만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수성구청에서 올 3월 예산 3천여만원을 들여 2m 크기 어린 편백나무 약1천300주를 공원 곳곳에 이식했지만 봄 가뭄 탓인지 잘 자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나무들은 손이 닿기만 해도 잎이 부스러질 정도다.
죽어가는 나무를 두고볼 수만 없었던 김 씨는 매일 공원에 올라 나무에 지지대를 세우고 흙과 퇴비, 비료를 이용해 땅을 다졌다. 김 씨는 "워낙 많은 나무를 한꺼번에 심다 보니 사람 손길이 필요한 나무가 너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 씨가 정성스럽게 나무를 가꾸자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주민들은 김 씨가 나무를 돌보고 있으면 옆에 와서 일손을 돕거나 공원을 찾을 때마다 페트병에 물을 담아 와 나무에 뿌렸다. 김 씨를 오랫동안 지켜봤다는 한 주민은 "공무원 생활을 하다 퇴직하신 분이어서인지 더위 속에서도 꾸준히 힘든 일을 하시는 모습에 많은 주민들이 감동을 받았다"고 김 씨를 치켜세웠다.
구청도 주민들의 움직임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주민들이 원하면 삽, 톱 등 장비들을 빌려주고 살수차를 활용해 아침저녁으로 나무에 물을 준다. 하지만 당분간 큰 비 소식이 없어 나무의 생장에 노심초사하는 상황이다. 구청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공원 관리 기간제 인력을 더 충원하고 공원에 설치된 물탱크와 펌프를 교체해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2일 오후에도 밀짚모자를 쓰고 나무를 가꾸던 김 씨는 힘들 때마다 나무들이 높게 자란 모습을 상상한다고 했다. 김 씨는 "편백나무는 천연 항균 물질인 피톤치드(phytoncide)를 내뿜어 인기가 많은데, 요즘은 날씨가 변해 남도에서만 자라던 편백나무가 대구에서도 잘 자란다. 나무들을 잘 가꾸면 한 20년 뒤에는 울창한 휴양림으로 변해 시민들에게 사랑받을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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