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연과 인간문화의 융복합도시 영양] (3)슬로시티 만난 음식디미방

세계 233번째 슬로시티서 체험해보는 '340년 전 웰빙 레시피'

영양군은 340여 년 전 전통음식인
영양군은 340여 년 전 전통음식인 '음식디미방'의 현대적 전승을 통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와 국제슬로시티 도시 영양과 체험관광객 확보의 교두보로 자리매김하는 명품화'대중화'세계화에 나서고 있다. 엄재진 기자
음식디미방 체험 모습.
음식디미방 체험 모습.

장계향 선생이 쓴 최초의 한글 조리서

조리법 발굴·인력 육성 등 명품화 활발

아리랑TV'구글 등으로 전 세계에 홍보

道와 보물 지정'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전국 최고의 청정 자연자원과 우수한 전통문화를 간직한 영양군이 국제 슬로시티가 됐다. 세계에서 233번째, 우리나라에서는 12번째로 슬로시티 회원 도시가 된 것이다. 슬로시티 국제연맹 관계자들은 현지실사 과정에서 음식디미방의 음식을 맛보며 340여 년 전의 레시피로 조리한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 영양양조장의 막걸리 제조공정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영양군의 슬로시티 가입은 청정 자연자원과 전통문화의 보존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이 하나로 결집된 의미 있는 결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이야기는 340여 년 전 전통음식인 '음식디미방'을 새롭게 조명해 웰빙과 힐링의 슬로시티로 이어가는 영양군의 성공 실험을 살펴본다.

◆340년 전 음식디미방, 웰빙'힐링도시 이끈다

340여 년 전 영양에 살았던 사대부가의 여중군자 장계향(1598~1680) 선생. 그가 쓴 한글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의 명품화'세계화 사업이 성공을 앞두고 있다. '음식디미방'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조리서이다. 조선 중'후기 양반가의 식생활과 문화를 기록한 전통음식 연구의 지침서이자 교본이다. 아울러 아시아에서 여성에 의해 쓰인 가장 오래된 조리서로, 세계 음식문화사에도 특별한 의의를 지닌 고서(古書)이다.

영양군은 '음식디미방'의 가치를 알리는 한편 지역 신성장동력으로 육성시키기 위한 세계화'명품화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노력은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됐다. 음식디미방 체험관'교육관'전시관 등을 건립하고, 학술기관들과 함께 음식디미방 조리법을 발굴하고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2010년 음식디미방 세계화포럼(서울)에 이어 2011년 중국 상하이에서 음식디미방 워크숍 및 시식연을 열었고, 2012년 일본 오사카 한국문화원에서 음식디미방 시식연을 가졌다. 이런 노력 덕분에 2013년 아리랑TV를 통해 전 세계 188개국에서 7차례에 걸쳐 음식디미방 홍보 영상이 방영됐다.

또 구글 플랫폼을 통해 음식디미방 콘텐츠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구글코리아와 전략적 파트너십도 맺었다. 그 결과, 지난해 5월 14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구글코리아와 함께 영어'일어'한국어 등 3개 국어 버전의 음식디미방 컬렉션 및 두들마을 3D 영상을 탑재한 홈페이지 공식 발표회도 가졌다.

경상북도와 함께 '음식디미방'의 보물 지정 및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위한 신청 절차도 마무리할 예정이다.

◆음식디미방 푸드스쿨'단품 메뉴 개발 등 대중화 노력

영양군은 2015년 5월 12일 석보면 음식디미방 예절관에서 홈플러스 문화센터와 '음식디미방 푸드스쿨과 장계향 아카데미' 교육과정 추진 협약을 맺었다. 음식디미방의 대중화를 위한 첫걸음이었다. 이를 통해 음식디미방 요리 저변 확대의 토대를 마련했고, 전문인 양성과정을 통해 음식디미방 1급 전문강사 31명, 2급 전문강사 192명 등 224명의 전문강사를 배출했다. 음식디미방 푸드스쿨 강사 활동과 더불어 음식디미방 원문 해석 및 원문 레시피 연구, 개선 레시피 마련 등 다양한 노력으로 상품화를 위한 기초를 다져왔다.

영양군은 음식디미방 10년의 노력 결실을 위해 지난 6월부터 홍보시식회 및 상품개발 시식평가회를 열고 있다. 전국을 돌며 마련한 다섯 차례의 시식평가회에서는 포장상품 4종류(빈자법, 앵두편법, 석이편법, 착면법)와 12가지 코스 요리(식전요리-도토리죽'감향주/ 특별요리-잡채'수교애법'가제육'별미'닭굽는 법'양숙'대구껍질누르미/ 식사요리-세면법/ 후식요리-석이편법'착면법)를 선보이고 음식들에 대한 맛과 멋 평가, 상품화 가능성, 전문음식점 개설 시 이용 욕구 등을 토대로 한 시장조사 및 분석을 했다.

영양군은 올 상반기 마지막으로 27일 오후 4시부터 경북도청 안민관 4층 화백당에서 시식평가회를 가진다. 이날에는 13가지 시식요리와 4가지 포장상품 판매 실험을 할 예정이다. 이날 시식평가회를 통해 지난 2년간 홈플러스와 업무협력을 맺어 진행한 음식디미방 푸드스쿨과정과 전문인 양성과정 운영 결과물을 점검하고 앞으로 음식디미방 문화관광자원화 사업의 전망과 방향을 확정 지을 계획이다. 영양군은 지난해 '음식디미방 단품 메뉴 개발'에도 나섰다. 6종류의 단품 메뉴는 ▷난면법(계란반죽 국수) ▷세면법(실국수) ▷빈자법(녹두전병) ▷상화법(고전적 찐빵) ▷연약과법(전통방패모양 약과) ▷다식법(차와 함께 먹는 전통과자) 등이다.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 세계화

음식디미방의 세계화를 위한 '음식디미방 문화관광자원화사업'도 마무리 단계다. 268억원을 들여 석보면 원리리에 조성되는 이 사업에는 전통음식 체험공간과 전통휴양공간, 장계향 문화체험공간이 들어선다.

특히 영양군은 지난 2월 일본에서 활동 중인 조선옥요리연구원 조선옥(50) 원장과 '음식디미방 세계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해 국가 문화재 지정과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후 조선옥 원장은 일본 아오모리현 히라카와시에서 한글 최초의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의 세계화와 국가문화재 지정, 세계기록 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음식디미방 전시 및 시식행사'를 가지기도 했다.

일본 도쿄에서 한식 요리사 1천여 명을 양성한 재일동포 한식 명인 조 원장은 지난 5월 11∼13일 서울 서초구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열린 '서울국제푸드그랑프리'에 참가해 '음식디미방'을 소개하기도 했다.

영양군 홍보대사이기도 한 조 원장은 '음식디미방'에 빠져든 이유에 대해 "천연의 효소와 조미료를 중시하는 데다 먹는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한 식재료 선별과 조리법을 강조하는 점이 내가 추구하는 요리법과 맞았다"며 "웰빙을 중시하는 현대인의 취향에도 딱 맞는 음식으로 전통의 재현이 아니라 재발견"이라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하반기에 도쿄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음식디미방' 요리강좌를 열고, 연말에는 책을 일본어로 번역해 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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