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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가격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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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상주 출생. 연세대 법학과 졸업. 한국일보문학상,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요산문학상 수상
1960년 상주 출생. 연세대 법학과 졸업. 한국일보문학상,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요산문학상 수상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이십 대에 안경회사에 취직한 친구가 있었다. 그가 처음 맡은 업무는 무역이었다. 쉽게 말해 국내의 싼 인건비를 최대의 경쟁력이자 무기로 하여 외국의 유명 안경회사에 '주문자 생산 방식'(OEM)으로 납품을 하는 것이었다. 퇴근 후 술자리에서 만난 그는 신용장, '델리바리'(납기), 품질관리 등 낯선 용어들을 나열하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 와중에 나는 평소 궁금해 하던 걸 물었다.

"야,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안경테 비싼 거야, 싼 거야? 안경 장사하는 사람들은 엄청 많이 남긴다는데 사실이야?"

그러자 그는 내 얼굴에서 안경을 벗겨 꼼꼼히 살펴보더니 "마, 됐다" 하고는 돌려주었다.

"되기는 뭐가 돼?"

"내는 안경테 전문이지 완성품은 잘 모른다."

"안경이 곧 안경테지, 렌즈 보고 안경이라 그래? 안경테하고 완성품은 뭐가 다른데?"

"안경은 테보다 렌즈다. 생명은 렌즈에 있다 이 말이야."

"내 렌즈는 진짜 좋은 거라던데. 압축을 하고 코팅을 해서 일반 렌즈의 서너 배는 비싸게 줬어. 오만원인가 칠만원인가."

"그랬겠지."

그는 자신의 안경을 꺼내 들고 설명했다.

"코팅은 우리보다 태국이 훨씬 싸다. 렌즈를 만들어서 태국으로 보내 가지고 코팅을 시키서 다시 수입을 하고 그걸 판매하는 구조로 돼 있다. 그런데 렌즈 하나를 제대로 코팅을 할라면 스무 번쯤 해야 되는데…."

그의 설명은 충격적이었다. 코팅 한 번에 드는 원가가 20원인가 한다는 것. 코팅을 20번 하면 400원인데 실제 코팅을 한 렌즈는 400원의 오십 배는 더 받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건 그가 그다음에 한 이야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우리 회사 회장님이 내가 입사했을 때 내 손을 붙들고 신신당부한 기 있다. 안경테 하나당 원가를 절대 2딸라 이상으로 올리면 안 된다는 기라. 그래마 바이어들 다 떨어져 나간다꼬. 안경 한 장당 납품원가는 2딸라 미만으로 맞추라는 기 이 바닥의 철칙이다."

"2달러면…1천500원?"

"정확하게는 1.8딸라에 맞췄다. 지난달 인도 물량을."

최근 그를 다시 만났을 때 나는 다시 그 안경테 가격에 대해 물었다. 그는 직원에서 승진을 거듭해 임원이 되었다가 독립해 한 회사의 회장이 되어 있었다.

"자네 요새도 신입사원 손목 잡고 신신당부를 하나? 2달러 이하로 안경테 단가를 맞춰야 바이어 안 떨어져 나간다고?"

그는 느긋한 얼굴로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 그렇지. 30년 넘게 세월이 흘렀으니 적어도 다섯 배는 올랐겠네. 10불? 20불?"

그는 내가 세상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듯 픽픽 웃더니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이번 달 인도 물량은 안경 한 개당 5달러다. 물가상승이나 소득수준 오른 거 치면 내가 안경회사 처음 입사했을 때보다 훨씬 더 떨어졌다."

내가 쓰고 있는 안경이 점점 싸구려처럼 느껴졌다.

"그건 말 그대로 원가인 거지. 거기다 로고 박고 품질검사, 제품검수 철저하게 하고 마진에 출장비, 환율 등락 위험, 직원들 복리후생비, 월급, 유통 비용, 디스플레이, 인테리어, 재고 처리, 폐기 정책 등등을 감안하면 그렇게 폭리라고 할 수는 없을 거다. 중국산 선글라스는 12개에 7, 8달러짜리도 있다."

그는 위로를 하듯 이야기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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