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점 영업 막은 불법 주·정차 보름 지나야 견인 가능하다?

초 중 고 과학 실험장비 업체 승합차에 닷새동안 입구 막혀

대구 중구에서 초'중'고 과학 실험장비 전문매장을 운영하는 이모(85) 씨는 최근 상점 앞에 불법 주차해둔 차량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지난 15일부터 무려 닷새간 자신의 상점 입구에 세워둔 승합차 때문에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날 정도로 상점은 철저히 봉쇄(?)됐다. 물론 이 차량에는 차주의 연락처도 없었다.

영업에 큰 손실을 입은 이 씨는 중구청에 견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차주에게 연락을 취하고 있지만 닿지 않고 있다. 견인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에 말문이 막혔다. 불법 주'정차 차량에 대해선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으나 보름 이상 장기 방치된 차량만 견인한다는 설명이었다.

이 씨로서는 속을 태우며 견인 가능 시기를 기다리거나 장사를 그만두고 직접 차주를 찾아나서는 방법밖에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경찰서와 대구시에도 연락했지만 해당 업무는 기초단체 업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다행히 20일 오전, 이 씨가 출근하자 차량은 사라지고 없었다. '개인 사정으로 인해 차를 빼지 못했다. 미안하다'는 쪽지 한 장만 상점 앞에 놓여 있었다. 이 씨는 "직접 만나 사과도 하지 않고 가버린 차주도 원망스럽지만 불법 주'정차 차량을 견인하지 못하는 행정 당국에 큰 실망감을 느꼈다"며 "전국에 불법 주차 견인제도가 없는 곳은 대구뿐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구시내 불법 주차 견인 대행업체는 2013년을 전후해 모두 폐업했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아 견인해왔지만 견인건수 감소와 견인 이후 발생하는 각종 민사소송으로 인해 경영이 악화된 탓이다.

현재 8개 구'군청이 보유한 견인차는 모두 7대로, 서구와 달성군은 아예 견인차가 없다. 각 구'군별로 1, 2대에 불과한 견인차는 장기 방치 차량, 거주자 우선주차구역 위반 차량 견인에 우선 사용된다. 불법 주'정차 민원에 투입되기엔 차량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 씨와 같은 피해 사례는 극히 드문 경우로 대부분 자동차 등록원부 조회를 통해 불법 주'정차 차주에게 연락을 할 수 있다"며 "타 시'도와 달리 대구에는 견인 대행업체가 없어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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