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내 고향은 경산] 용성면 출신 (주)씨젠 천종윤 대표

분자진단 분야 원천기술 보유 고향에 특화병원 세우고 싶어

분자진단 분야의 세계 최고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주)씨젠의 천종윤 대표가 분자 진단의 대중화와 이러한 것이 가능한 특화병원을 고향 경산에 세우겠다는 꿈을 피력하고 있다.
분자진단 분야의 세계 최고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주)씨젠의 천종윤 대표가 분자 진단의 대중화와 이러한 것이 가능한 특화병원을 고향 경산에 세우겠다는 꿈을 피력하고 있다.

분자진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씨젠의 천종윤(61) 대표는 서울시 송파구 본사에서 인터뷰 내내 자신감에 차 있었다. 분자진단은 X-ray, CT 촬영 등 체내 진단 방법과 달리 체외진단으로 환자의 몸에서 채취한 검체(혈액, 객담, 소변, 체액 등)에서 유전자 검사(DNA, RNA)를 통해 질병을 진단하는 선진 기법이다. 잠복기에도 진단이 가능하고 기존의 면역진단보다 조기 진단이 가능하고 정확 신속해 질병 완치율은 높이고 치료비는 줄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성장 속도가 빠른 분야이지만 유전자 증폭 및 분석기술(PCR) 확보가 쉽지 않아 진입 장벽이 높다. 아직은 대학종합병원 등에서만 검사할 수 있고 비용도 비싼 편이다.

분자진단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기업인 씨젠의 천종윤 대표가 태어난 곳은 경산시 용성면 송림리다. 3남2녀 중 셋째로 태어나 6살 때 대구로 이사를 갔다. 그는 중학교를 졸업하고 결핵을 4,5년 동안 심하게 앓아 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할 정도였고, 집과 고향 용성을 오가며 요양을 하며 학원도 다니지 않고 독학으로 검정고시를 치러 건국대에서 농학을 전공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미국 테네시대학교 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하버드대 등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다가 8년 만인 1995년 귀국했다. 귀국 후 금호생명환경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 등을 거쳐 이화여대 생물과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2000년 9월 바이오 벤처기업인 ㈜씨젠을 설립해 2002년 교수직을 그만두고 회사일에 전념했다.

천 대표는 농학, 분자생물학, 세포생물학을 전공했고 이후 독학으로 식물학, 종양학, 발생학 등을 공부해 6개 분야를 전공했다. 이화여대 교수 자리를 박차고 사업에 뛰어든 것은 마흔다섯 살 때다. 그의 삼촌인 '애니콜 신화'의 주역 천경준(71) 전 삼성전자 기술총괄 부사장이 자금을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 대학에서 후학을 길러내는 개인적 만족보다는 사업을 하면 더 폭넓게 죽을 때까지 일할 수 있고 인류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씨젠은 창립 초기부터 분자진단 분야 핵심기술 확보에 주력해 이 시장에서 새 바람을 일으켰다. 이후 혼신의 연구를 거듭해 한 번에 여러 가지의 유전자를 동시 다중으로 진단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이 원천기술을 이용해 호흡기질환, 성감염증, 간염, 패혈증, 폐결핵, 자궁경부암 등 다양한 분자진단 시약과 적용장비를 개발해 제품화 했고, 국내와 해외에서 품질과 성능을 인정받아 해외수출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독일, 이탈리아, 두바이에 해외법인을 두고 전 세계 82개 대리점을 통해 분자진단 시약과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2010년 코스닥상장을 했고 9월 현재 시가총액이 7천700여억원에 이를 정도로 고도성장을 했다.

"제가 생각하는 고향은 제 삶의 모든 기초와 기반이 된 곳"이라는 천 대표는 "결핵을 몇년 앓으면서 혼자 있을 때 사고의 깊이가 깊어졌고, 전공을 여러 개 하면서 융합의 중요성을 알았다. 융합을 통한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우리 회사는 분자진단 분야를 선도해 나가는 기업이 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직원들에게 늘 사고를 깊게 할 것, 그리고 융합, 차별화 이 세가지를 강조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회사를 경영하고, 핑계대지 말고 매사에 책임감을 가지라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분자진단에 대한 정부의 인식 부족으로 그 필요성 등에 대해 계몽을 잘 해주지 않고 있고, 비싼 가격 등으로 극소수 환자만이 진단을 받고 있습니다. 씨젠은 분자진단을 저렴한 비용으로 조기에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분자진단의 대중화를 선도해 인류의 건강한 삶에 공헌하는 최고의 바이오 기업이 되겠습니다."

이를 위해 씨젠은 다양한 종류의 분자진단 시약을 하나의 장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해 당일 검사하고 당일 결과 확인이 가능한 '랜덤 액서스 분자진단 시스템'과 함께 이 시스템에서 운용될 수 있는 100가지 이상의 시약을 개발, 내년 말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씨젠의 기술을 전 세계 분자진단의 표준기술로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오랫동안 가슴에 담고 있었던 꿈이 있는데, 독창적인 병원을 설립하는 것입니다. 지금의 병원은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만 하는데 제가 생각하는 병원은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병원, 진단이 특화돼 있는 병원, 돈 걱정하지 않고 가장 신속하고 정확한 치료가 가능한 병원입니다. 그런 병원을 내 고향 경산에서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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