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저녁 무릎을 귀까지 세운 할머니
입안에 무언가 밀어 넣고 있다
혼잣말처럼 내민 한 마디
약이야 애들은 못 먹는 약
부화되다 곯은
듬성듬성 털이 붙은 새끼병아리
둥지처럼 작은 방에 눈도 뜨지 못한 채
웅크리고 죽었다
할머니가 그랬다
활개 펼치고 동네를 벗어나본 일 없다
보약 한 첩 먹어보지 못한 할머니
그 죽은 병아리 하나가 할머니에게 약이 되어
죽음이 몇 차례 드나든 문턱을 바라보며
슬픔이 고여 있는 둥지를 돌면서도 길을 잃지 않았다
슬픔의 그림자는 때 없이 주위를 맴돌았지만
웅크린 화석처럼 굳은 흉터 더듬으며
평생 눈물에 갇혀 굳은 시간을 견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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