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년경찰'을 보았다. 그들의 이야기는 경찰대, 그러니까 두 명의 대학생이 학교 안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친해진 것이 계기가 돼 같이 외박을 나와 놀다가 사건이 벌어지는 에피소드이다. 주인공끼리 서로를 신뢰하는 모습에 반했고, 그들의 우애를 보며 내 주위를 떠올렸다. 현재 대학생인 나의 시점으로 돌아와 학교생활 동안 '이런 친구가 있었나' 하는.
대학교에 처음 들어와 만난 학과 동기들을 시작으로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타인들을 접할 기회가 생긴다. 한때는 동기들과 캠퍼스를 거닐며 왁자지껄 떼로 몰려다니던 순간을 기억한다. 주변 상가까지 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내려가 밥 한 끼 먹으면서 하루 강의는 어땠는지, 커피 한잔 마시며 진로에 대해 고민했고, 술잔을 기울이며 속사정을 이야기했다. 선'후배들과 함께하는 동아리는 언제나 흥미진진했고, 모두가 함께했던 대학 축제는 가슴을 뛰게 했다.
이제는 대학생이라는 타이틀보다는 청년의 딱지가 어울리는 시점에서 진지하게 마음을 나눌 친구가 필요한 고학번이 되었다. 그러나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인 캠퍼스의 풍경에도 별 감흥이 없고, 언제부터인가 혼자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술을 자작하는 지경까지 왔다.
가슴이 뛰던 순간은 잠시 튀는 스파크에 불과했던 것일까. 아니면 너무 성숙해 버린 탓일까. 그들에게서도, 나 자신에게서도 단순히 시간을 때우기 위한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연락이나 만남도 필요한 경우에만 다가왔다.
대학 문턱 너머로 시작된 피 튀기는 경쟁사회가 눈에 아른거린 탓인지, 모두가 지레 겁을 먹었다. 분명 사회가 너무 삭막해진 이유일 터.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하지만 '동상이몽'인 것 같다. 학업과 취업난 속에서 정보를 챙기기에 급급했다. 정보보다 우리의 삶과 꿈을 듣기에는 시간마저 부족했다. 가장 벗이 필요한 청춘이 허망하게 무너졌다.
여전히 동기들에 이어 파릇파릇한 후배들이 인사를 하며 반겨준다. 분명 전과 달라진 것은 없는데 마음의 여유는 그러지 못했다. 고향 동네 친구가 결혼을 한다며 연락이 왔다. 몇 달 전부터 친구끼리 화환과 선물을 준비했고, 시험 전날 넥타이를 거꾸로 맨 채 고향으로 뛰어 내려갔다. 몇 년 만에 결혼식장에서 만난 동네 친구들에게는 벗의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었다. 허물없이 가식 없이 웃고 떠들었다. 어릴 적, 발가벗고 개울에서 물장구치던 친구들. 철이 들고부터 대학 생활까지, 긴 세월은 아니지만 나는 어떤 친구를 얻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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