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53) 영남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을 집중 치료한 첫 세대로 꼽힌다. 이 교수가 뇌졸중 전임의를 하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뇌경색 치료 분야는 불모지에 가까웠다. 그는 지역에서 처음으로 뇌졸중센터를 개설하고 집중치료실을 만드는 등 급성뇌경색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았다. 이 교수는 "대구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뇌경색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언제라도 응급수술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저도 수술실에서는 고함을 질러요. 아차, 하는 순간에 환자는 생명을 잃을 수 있잖아요. 술을 마시지 않는 것도 최선의 준비를 하자는 의미입니다."
그가 뇌경색 환자의 영상을 하나씩 보여주며 쉴 새 없이 설명했다. 뇌졸중 치료 강의를 보는 기분이었다. 이 교수는 "지난해 학교에서 '가장 강의 잘하는 교수' 상을 받았다"며 "지금까지 영남대병원 교수로 근무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라고 웃었다.
◆급성뇌경색 치료 시스템 구축
이 교수는 "한번 뇌졸중은 평생 뇌졸중"이라고 했다. 그만큼 재발이 잦다는 의미다. 또 한 번 죽은 뇌조직은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따라서 급성뇌졸중은 증상이 나타난 후 6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막힌 혈관을 뚫어 목숨을 건지고 후유장애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 '골든타임'이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응급실 도착 후 45분 이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고, 1시간 30분 내에 기계적 혈전제거술에 들어가는지 평가한다.
그가 스마트폰 문자메시지를 보여줬다. 메시지 창에는 'Stroke CP'라는 문자가 줄줄이 찍혀 있다. 응급실을 찾은 환자 중 당장 혈전제거술이 필요한 환자가 있다는 뜻이다. 급성뇌경색 환자가 증상 발생 후 6시간 이내에 응급실에 도착하면 신경과 전문의들에게 문자메시지가 뜬다. 이 교수가 이끄는 영남대병원 뇌졸중센터는 대구경북에서는 유일하게 6년 연속으로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
그는 지난 2010년 기계적 혈전제거술이 개발된 초기부터 급성뇌경색 환자들에게 적용했다. 정맥으로 투여되는 혈전용해제는 동맥은 잘 뚫지 못한다. 기계적 혈전제거술은 가는 관을 허벅지의 대퇴동맥부터 집어넣어 혈전을 제거한다. 이 교수는 "혈전제거술의 개발로 뇌경색 치료 기술 자체는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른 셈"이라고 강조했다.
◆임상 적용에 더 재능 있어
이 교수는 "새로운 의료지식과 기술을 받아들이는 게 즐겁다"고 했다. 그가 지난 2009년부터 1년간 미국 스탠퍼드 뇌졸중센터로 연수를 떠난 것도 그런 이유였다. 당시 스탠퍼드 뇌졸중센터에 연수를 간 신경과 의사는 거의 없었다. "스탠퍼드대 뇌졸중센터장인 그렉 알버스 박사의 허락을 받으려고 이메일만 40차례 넘게 주고받았어요. 그렉 박사의 강의를 찾아가 질문을 해서 시선을 끌고 친분을 쌓았고, 몇 차례 인터뷰를 거친 끝에 초청을 받았죠." 그는 스탠퍼드대 루카스영상센터에서 MRI를 이용한 환자 예후 분석 연구에 매달렸다.
"완전히 전임의 생활이었죠. 오전에 연구 주제 논의하고, 저녁에 그날 성과 보고하고. 돌아오기 전에는 5주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했어요."
이 교수는 스탠퍼드대와 인연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스탠퍼드대와 공동연구한 논문을 유로신경학회지에 게재했다. 일과성 뇌허혈발작이 온 환자들의 관류 MRI 영상을 찍어 뇌경색이 재발할지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였다. 뇌경색의 전조 증상인 일과성 뇌허혈은 일시적으로 마비됐다가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48시간 이내에 중대한 뇌경색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
이 교수는 신경보호제 치료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국내 10여 개 병원이 공동 참여하는 연구다. "전 기초 연구보다는 연구 결과를 임상에 적용하는 데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후배들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드는 것. 그게 제 역할 아닐까요."
◇이준 교수
▷1967년 대구 출생 ▷영남대 의과대 졸업 ▷전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전임의 ▷전 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교수 ▷영남대병원 뇌졸중센터 교수 ▷스탠퍼드 뇌졸중센터 방문 교수 ▷대한신경중재치료학회 이사 ▷대한신경과학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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