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삶의 질

삼시 세 끼만 해결돼도 행복한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다르다. 신체적인 만족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삶까지 행복한 상태가 돼야 한다. 이는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측정하는 기준이 과거보다 훨씬 더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삶의 질은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이 어느 정도로 사람다운 생활을 하면서 인생에 행복을 누리고 있는가 하는 척도다. 이제 우리나라도 그만큼 먹고 살만해졌다는 뜻일 것이다.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우리가 만족스러운 삶을 누리려면 훨씬 더 많은 부분이 충족돼야 한다는 뜻도 된다. '살기 팍팍하다'고 느끼는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도 이미 삶의 질이 중요한 시대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82세다. 100세 시대를 향한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행정안전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72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4%를 차지했다. 공식적으로 우리나라가 고령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100세 시대는 반가운 현상이지만 삶의 질은 늘어난 수명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다. 경제적, 의학적 발달로 수명은 늘어났지만 모두가 '행복한 노년'을 누리기에는 갈 길이 멀다.

수년 전 한 대학에서 노인들의 삶의 질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노인들의 삶의 질을 주제로 신체 상태, 관계 형성, 경제생활, 정서 상태, 환경, 자아 존중 등 6개 측면을 조사했다. 그 결과 나이가 많아질수록, 우울 수준이 높을수록, 건강수준이 낮을수록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은 핵가족화에 따른 가족 기능 상실로 심리적, 경제적 위기를 경험하고 있으며 육체적인 질병으로 활동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점이 삶의 질을 낮추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러 측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요소는 신체 상태, 즉 건강상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통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특히 만성통증질환은 오랫동안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킨다. '통증은 하나의 증상으로 진단의 수단일 뿐'이라는 과거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통증을 방치하다가 더 큰 고통을 겪는 게 현실이다. 이제 '통증은 질환'으로 인식하고 조기에 치료하는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해졌다. 슈바이처 박사는 "통증은 죽음 그 자체보다도 더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했다. 통증 때문에 겪게 되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 우리의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는 뜻일 것이다. 아무리 좋은 풍경을 본다고 해도, 산해진미가 가득하다 해도, 궁궐 같은 저택에 있다 해도 내 몸이 아프면 행복하다고 할 수 없다. 통증. 이제 참지 말고 치료하자.

대구파티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통증클리닉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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