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항 지하 동공 내 물 원인은] 도면에 없는 상수도관, 누수 수돗물이 동공 키웠다

3곳 굴착…지하수 아닌 수돗물 확인, 지름 10㎝ 주철관 파손 상태로 나와

지난달 30일 (주)지오메카이엔지 동공 조사팀이 내시경으로 동공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주)지오메카이엔지 동공 조사팀이 내시경으로 동공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6일 부산국토관리청이 주도한 동공 굴착공사 중 굴착기가 아스콘을 걷어낸 자리에서 물이 발견되자 공무원 등이 동공 깊이, 수돗물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 6일 부산국토관리청이 주도한 동공 굴착공사 중 굴착기가 아스콘을 걷어낸 자리에서 물이 발견되자 공무원 등이 동공 깊이, 수돗물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지난 6일 부산국토관리청 동공 조사단과 포항시, 경상북도지진재해원인조사단 소속 교수 등이 실시한 포항 흥해읍 7번 국도 동공 굴착공사에서 물을 뿜는 노후 상수도관이 발견됐다. 배형욱 기자
지난 6일 부산국토관리청 동공 조사단과 포항시, 경상북도지진재해원인조사단 소속 교수 등이 실시한 포항 흥해읍 7번 국도 동공 굴착공사에서 물을 뿜는 노후 상수도관이 발견됐다. 배형욱 기자

포항 흥해읍 7번 국도 동공에서 발견된 물(본지 1일 자 1'3면, 6일 자 10면 보도)은 지하수가 아닌 노후 상수도관이 파손돼 새어나온 수돗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담당 공무원들은 "지진에 의한 파손 여부는 아직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관은 30년 이상 됐으며, 포항시 상수도 도면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 공무원들도 상수도관이 발견되기 전까지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다. 이런 불안한 관들이 포항시 곳곳에 얼마나 있을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동공 굴착'조사를 주도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8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논란 일었던 동공 내 물, 확인해보니 노후 상수도관 파손돼 나온 수돗물

지난 6일 부산국토관리청 동공 조사단과 포항시, 경상북도지진재해원인조사단 소속 교수 등은 흥해읍 7번 국도 동공 중 내부에서 물이 발견된 3곳에 대한 굴착 조사를 진행했다. 먼저 물이 솟는 동공(흥해읍 마산네거리) 발견지점을 중심으로 아스콘을 잘라 들어낸 뒤 밑으로 파내려가자 물이 솟구치는 모습이 눈으로도 보였다. 시청 공무원은 이 물을 한 컵 떠서 수돗물 여부를 확인하는 시약을 풀었다. 수돗물에 남은 잔류 염소에 반응해 붉어지는 이 시약에 물이 반응했다.

수돗물인 것을 확인한 조사단 등은 중장비를 이용해 땅을 더 깊게 파 내려갔다. 물을 빼면서 공사를 진행해야 하기에 양수기가 4대나 동원됐다. 1.5m 정도 파내자 길이 약 2m, 지름 10㎝ 수도관(주철관)이 파손된 상태로 나왔다. 50㎝ 정도 더 내려갔을 때 수돗물이 뿜어져 나오는 문제의 수도관을 발견했고, 장비로 틀어막는 작업이 한동안 이어졌다. 오전 9시쯤부터 진행된 이 공사는 수도관 발견까지만 꼬박 8시간이 걸렸다.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흥해중학교 앞 7번 국도 동공에서도 아스콘을 들어내고 땅을 파는 작업이 이뤄졌다. 이곳 동공 깊이는 92㎝로 물이 절반 이상 차 있는 것으로 확인된 곳이다. 여기서도 땅밑 1.8m 지점에서 지름 15㎝의 상수도관(주철관)이 있었으며 장비로 더는 물이 나오지 않도록 막았다.

◆아무도 몰랐던 상수도관의 존재

처음 동공 내 물이 발견되면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던 이유는 지하수 여부였다. 이날 조사에서 수돗물로 확인돼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다행'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이번 동공 내 물을 만든 원인인 상수도관이 땅밑에 매설됐는지를 포항시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부산국토청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포항시는 상수도관(지름 40㎝, 지름 25㎝ 등 2개 관로) 매설지역을 도로에 표시했다. 표시된 지점은 동공에서 4m 정도 떨어져 있었다. 시약 검사에서 수돗물 반응이 나오자 이 관이 파손된 것으로 확신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조금씩 더 파 내려가면서 물이 솟는 지점이 명확해지자 공무원들의 얼굴색이 변했다. 그 지점은 포항시의 상수도관로 도면에 존재조차 하지 않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상수도관이 발견되자 현장에 있던 공무원들은 관에 대해 "흥해읍이 영일군에 속해있던 시절 매설된 관으로 보인다. 1995년 영일군이 포항시와 통합될 당시 상수도관 등 매설 관로에 대한 자료를 완전히 넘겨받지 못해 포항시가 가진 도면에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도면에도 없는 상수도관에 얼마인지도 모르는 기간 동안 물이 흐르고 있었다는 점에 대해선 "죽은 관(사용하지 않는 관)이기는 한데 완전히 죽지 않아 물이 흐르는 것 같다. 원인을 찾고 있다"고 했다.

◆30년 넘은 노후 상수도관 얼마나 매설돼 있을지 알 수 없다

7일 포항시에 따르면 매일 포항시가 생산하는 24만t의 상수도 중 수도료로 거둬들이는 비율(유수율)은 지난해 기준 66%에 불과하다. 이 중 소방용수 사용 등 공공의 목적 또는 공사 중 상수도관 파손 등으로 손실되는 누수율은 10% 안팎. 24%(5만7천여t)의 물이 어디선가 줄줄 새고 있다. 이 물이 새는 관은 대부분 20년 이상 된 노후관이며, 어디에 매설된 관에서 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노후관 누수는 흥해 7번 국도 동공에서처럼 땅을 깎아 동공을 만들어 싱크홀 위험을 낳는다. 동공 안에서 솟구친 물도 땅을 뚫고 물길을 내 흐르고 있었다.

더욱이 어디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특히 흥해읍은 과거 7번 국도가 왕복 6차로로 확장되기 전 도롯가에 민가나 상가가 있었다는 점은 매설된 상수도관이 상당수 땅밑에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도면 자체가 없다 보니 찾는 것이 현재로선 불가능한 실정이다.

시는 이번 상수도관이 파손된 원인을 지진에 의한 것으로 보면서도 노후관이 자연적으로 파손됐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존재를 모르는 노후관 어디선가 물이 새 지반을 깎아내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이번 동공 굴착공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흥해 7번 국도 동공은 아스팔트 두께가 50㎝에 달해 지금껏 버텼는지도 모른다. 만약 대성아파트 앞쪽 도로 아스팔트 두께(9㎝)처럼 얇았다면 싱크홀 사고가 발생했었을 것이다. 동공을 만드는 원인인 수도관 누수를 막는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노후 상수도관 정비사업 정부차원의 지원 절실

이런 위험성이 제기된 노후 상수도관에 대해 포항시가 대응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시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죽도동 등 '동'지역 상수도 블록화 사업을 진행, 모두 54개 블록으로 나누고 누수를 막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예산 109억원을 들인 이 사업으로 2009년부터는 해마다 1%씩 유수율이 올라갔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탓에 '동'지역만 하는 데 10년이 걸렸고, 읍'면지역까지 사업을 확대하려면 앞으로 18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정부 지원이 전혀 없이 시 재정만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탓이다. 더군다나 '동'지역 노후관 교체사업은 시작도 못했으며, 여기에도 막대한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시는 2035년까지 읍'면지역 블록화를 마무리해 유수율을 8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지진에 손상된 노후관들이 잇따라 누수 현상을 보여 기간을 더 앞당기려고 하고 있다. 포항시 분석 결과, 지진이 발생한 지난달 15일 이후 누수율이 5%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현재처럼 누수율이 커 회수되는 돈이 적고, 재정지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완료시점을 당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포항시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군'지역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지방상수도 현대화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특히 포항은 지진의 영향을 받은 노후 상수도관이 많을 것으로 예상돼 블록화 사업이 시급하지만, 재정투입에 한계가 있다.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