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생의 시각 Campus Now!] 나의 운동화에게

신발을 정리하다 하얀 운동화가 어느새 더러워진 것을 보니 왠지 모르게 뿌듯함이 느껴졌다. 오래 신지는 않았지만 한 학기 동안 함께하며 참 많은 길을 걸었고 많은 일을 겪었다는 생각이다. 문득 2018년이 된 달력을 보니 어른들이 많이 하시는 말씀인 "시간 참 빠르다"는 표현이 생각났다. 동시에 불안감과 초조함도 밀려왔다. 하고 있는 일이나 목표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되돌아 봐야 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처음 기고한 글을 찾아 읽었다. 제목을 보니 민망함이 몰려왔다. '부족한 선배가 후배에게'라니. 물론 여전히 부족하다. 글을 읽으면서 처음 후배를 맞이하는 설렘이 참 컸다. 무엇보다 '나'라는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문장을 봤을 때 뜨끔했다. 슬럼프가 오면 더욱 냉철하게 자신을 바라보라. 어쩌면 후배가 아닌 나 자신에게 했던 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스로를 냉철하게 보는 건 어려웠다. 대신 초조함이나 신념이 흔들릴 때가 오면 단 10분이라도 스스로를 다독이는 시간을 가졌다. 누군가는 너무 짧은 시간이 아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았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짧게라도 가져볼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 그 순간만큼은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은 글쓰기와 독서였다. 진짜 재미없을 것 같아도, 거짓말 같아 보여도 짧게나마 몇 줄 정도 읽으면 마음이 평온했다. 요새 e-book에 빠져서 시간이 날 때마다 열어서 읽는다. 평소 관심 있었던 분야에 대해 알게 되니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글쓰기는 평소에 관심 없었던 주변이나, 관심이 있어도 깊게 생각해본 적 없었던 사회적 의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직접적이나 간접적으로 겪은 경험도 그냥 넘어가기보다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나름대로 다짐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글 쓰는 것은 어렵다. 특히 어떤 소재로 쓸 건지 항상 고민이 많았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닌 독자를 위해서 쓰고 싶다는 욕심에 어려운 주제를 선택했지만 한계를 느끼고 여러 번 지워버렸다. 다른 대학생 기고자들도 비슷한 고민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수고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오늘도 더러워진 운동화를 내려다보며 지난 한 해 동안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본다. 이제 앞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그럴 때마다 어떻게 잘 헤쳐나갈지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은 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고. 지금 열심히 걷고 있는 나의 운동화에게 말해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