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아이들은 주변의 여백을 채우며 놀 줄 알았습니다.
월말월초에 엄마가 지나간 달력을 찢어주면 뒷면에 공주며 로봇을 그릴 줄 알았고, 골목 담벼락에 판박이며 스티커로 '벽화'를 꾸밀 줄도 알았습니다.
판박이의 대명사는 해태 덴버껌 포장지였습니다. 50원 주고 산 껌을 씹으며 포장지 공룡알 같은 타원 속 귀여운 공룡들을 담벼락에 새겼습니다. 대구 서구의 어느 골목에는 수십개의 덴버 공룡알을 모아 놓은 벽화가 있습니다. 유적급입니다.
판박이보다 조금 늦게 퍼진 게 스티커입니다. 껌, 초콜렛, 스낵 등을 사면 하나씩 들어있었는데 역시나 버리지 않고 골목 담벼락에 한데 모았습니다. 접착되는 스티커는 새겨지는 판박이보다 쉽게 제거될 수 있는 점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대구 중구 어느 오래된 아파트 기둥에서 발견한 이 판박이 벽화는 미래용사 볼트론(백수왕 고라이온) 만화영화 한편을 요약해놓은듯 합니다. 밑에서 위로 보면 되는데요. 블루라이온 1마리가 출동했는데 악당이 거대나비에 코브라에 해골해적까지 무려 3마리입니다.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옐로우라이온과 그린라이온도 가세합니다. 결국 '파워업' 돼 포효하며 마무리는 안 봐도 비디오.
골목에서 판박이며 스티커를 가지고 놀던 아이들은 중딩, 고딩이 돼서는 국진이빵, 포켓몬빵, 케로로빵 스티커를 책상에 붙이고 놀았습니다. 골목을 더는 쏘다닐 수 없고 교실에만 갇혀 있게 됐으니 말입니다.
요즘도 빵을 사면 캐릭터 스티커가 하나씩 들어있습니다. 어느 불쌍한 회사원은 회사 책상에 하나 둘 모으고 있습니다. 회사에만 갇혀 있어야 하니 말입니다.
이 게시물은 골목폰트연구소(www.facebook.com/golmokfont)의 도움을 얻어 작성했습니다.

































댓글 많은 뉴스
'보지 않습니다·예매하지 않습니다' 영화 '암살자(들)' 역사왜곡 논란에 불매 움직임까지
"장동혁, 정치적으로 끝…우리 국민들은 '한동훈 당'을 진짜 야당으로 가지게 돼"
"박정희가 육영수 피격 배후?"…국힘, 영화 '암살자(들)' 비판
한동훈도 영화 '암살자(들)' 비판 "5·18 북한 소행·세월호 민주당 소행 영화였다면?"
한동훈 "李,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 국민들이 졸로 보이나"…北포로·DMZ 공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