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트 남북 판문점 선언] "평화협정 전환, 주한미군 논리적 명분 사라진 것"

전문가들이 보는 '北 비핵화 선언'

◆허만호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 체제는 고위 특권층으로부터 유지되는 힘이 상당하다. 많게는 2천500명 가까이 되는 특권층의 충성에 의해 김정은 정권이 유지되고 있다. 독재 권력에서는 충성도를 끌어내기 위해 공포와 협박도 필요하지만 물질적 부분인 돈이 상당히 중요하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최근까지 유례없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압박 상태에서 김정은의 상황은 상당히 다급하고 초조했을 것이다. 본인 자신의 문제보다 현 정권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돈을 확보하기 힘들었던 영향이 클 것이다. 이에 결국 김정은이 테이블로 나온 것이고 결과가 빠른 속도로 나타나고 있다. 아직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유효한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판문점 선언을 보면 현재 휴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결과는 6'25전쟁이 제도적으로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주한미군도 더 이상 한반도에 존재해야 하는 논리적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선언문에는 북한뿐 아니라 남한도 포함되기 때문에 양측 모두의 실행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판문점 선언은 '실천'의 문제에 달려 있다. 이번 선언이 지난 약속들과 상당 부분 다를 게 없고 진전된 게 없어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이미 합의했던 것을 이행하지 않고 있으면서 다시 새로 만드는 것은 맞지 않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합의선언문이 계속 반복돼 왔기 때문에 새로 만든다고 해서 이번에는 된다는 보장이 없다. 남한은 합의에 구속을 받지만 북한은 내키지 않으면 안 할 수 있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

◆이유신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이 아직 사용 가능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상징적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 이미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상태에서 실험장을 폐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한 핵 폐기가 확인돼야 한다는 점에서 아직까지 갈 길이 멀다. 이미 여러 사례들을 통해 북한에 대한 신뢰도가 낮기 때문이다. 북한이 이전과 같은 속임수로는 안 되겠다는 의식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예전보다 더 강한 상징적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김정은은 굉장히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사람도 쉽게 변하지 않는데 독재자의 경우는 더 쉽지 않다. 전례 없는 대북 제재를 통해 결국 대화의 장에 나온 것을 보면 상황이 그만큼 힘들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북한 핵 유무에 대해 사찰하고 검증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무기를 과연 폐기할 수 있을지, 북한 전역을 모두 사찰할 수 있게 될지 의문이다. 그만큼 신뢰해도 되는 나라인지 아직 판단하기 이르고 알 수 없다. 지난번에도 마치 곧 통일이 될 것처럼 분위기가 고조됐지만 여러 번 북한에 당했었다. 이번 분위기는 사뭇 다르긴 하지만 실제적으로 어떻게 될지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

◆김용찬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북한의 이번 조치는 경제발전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본다. 가까운 중국을 보면서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경제발전을 상당히 이룬 부분에 대해 오랜 기간 모니터링해왔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돼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러한 속도와 분위기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북미 간에도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절차와 과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논의가 진척됐을 것으로 보인다. 기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비핵화와 지원 부문에서 극적인 언급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세부적 시행까지는 시일이 걸리겠지만 지금까지 기대했던 것보다 성과들이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검증 과정에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 국제규범의 틀 안으로 들어와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NPT 복귀나 IAEA의 사찰 등은 비핵화로 가기 위한 첫 단추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선언문을 보면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회담 개최도 상당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이나 완전한 비핵화 모니터링이 공동으로 이뤄질 수 있어 고도의 포석이라고 봐야 한다. 연내에 해당 정상들이 모일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승근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전에도 우리는 합의와 파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 사례가 있다. 남북이 긴장관계로 들어가면서 결국 핵실험으로 연결된 사례도 있으니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 중요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예전 모습의 재반복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그 행동이 과연 전 분야에 걸친 불가역적인 비핵화로 갈 수 있는지가 핵심 포인트이다. 아직은 일부분이다 보니 완전 핵폐기로 연결될지 전 세계적으로 지켜보는 과정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을 포함해 전 세계와 국제사회가 바라는 최고 궁극적인 목표는 완전한 핵 폐기이다.

미국이 현재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것은 우선 희망적인 부분에서 평가하려고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실질적으로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폐기로 거론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앞으로는 IAEA의 실질적 검증에 들어가야 하고, NPT에도 재진입하는 등 국제적인 핵 검증 시스템에 신속하게 들어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핵실험과 핵폐기에 대한 선언도 구체적으로 문서화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해서 후속적인 사찰을 받고 핵 시설도 완전 공개해서 불능화 단계까지 가야 한다. 앞으로 점진적으로 과정이 진행된다면 가능하겠지만 세부적인 실질적 단계로 들어설 때는 마찰이 생길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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