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드컵]이호준 기자의 쁘리비엣-경상도 사람 닮은 러시아인

춥고, 어둡고, 차갑고 냉정한 표정에 살벌한 분위기….

러시아에 오기 전 ‘러시아’ 하면 연상됐던 모습이다. 두터운 외투에 손을 주머니에 넣고 모자를 눌러쓴 채 웅크리고 걸어가는 모습, 보드카로 추위를 녹이는 장면도 떠오른다.

그러나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러시아에서 본 모습은 완전히 딴 판이다. 물론 여름이라는 계절적 요인이 있긴 하지만 햇빛은 강렬하고 이미지는 밝다.

무표정한 얼굴, 특히 남자들의 경우 대체로 화난 듯한 표정이기도 하지만 속까지 그렇진 않은 것 같다. 거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경찰, 군인들의 표정도 굳어있지만 가끔 먼저 ‘엄지척’을 할 줄도 안다. 실제 미소를 띠거나 상냥한 표정을 한 현지인들의 모습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차분하고 여유 있는, 그리고 법규를 지키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음식점 등에서도 친절한 종업원을 별로 본 적은 없지만 불친절하지는 않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그냥 자기 할 일만 분명하게 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 경상도 사람들과 비슷하다. 스타일이 흡사해 친근감까지 느껴진다. 말수가 적고, 표정이 없고, 무뚝뚝하고, 말투도 툭툭 내던지는 듯 하지만 종종 속정이 깊다는 걸 알 수 있다. 질문하면 성의껏 대답하는 모습에서도 진심이 느껴진다. 잠시잠깐이지만 속을 텄다고 생각하면 헤어지면서 지나가는 말처럼 ‘팁’도 툭 던진다.  ‘길거리에선 기념품을 사지 마라’는 등 진심 어린 조언처럼.

횡단보도에선 우선 멈추거나 서행하는 등 보행자를 우선하는 교통 문화도 인상적이었다. 교통문화뿐 아니라 거리도 깨끗하고 질서도 대체로 잘 지키는 등 바른 일상이 몸에 베인 듯 했다.

밤에도 대체로 안전하고 치안도 좋은 편이다. 러시아 입국 직후 가장 처음 들은 얘기가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말이었지만 이후 안전이나 치안 문제 때문에 긴장하거나 걱정한 적은 거의 없었다. 입국 당일 공항에서 이란 및 한국 취재진이 잇따라 노트북 등을 도난당해 기자단 사이에 ‘소매치기 주의보’가 발령되긴 했지만 ‘월드컵 취재진을 노리는 좀도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교민들도 치안은 좋은 편이라고 했다.

거리를 지날 때 한국 브랜드 차량이 많이 눈에 띄는 것도 기분 좋게 한다. 지나가는 차량이나 주차된 차를 세어 봐도 대충 7, 8대 중 한 대꼴로 한국 차량이다. 특히 기아, 현대 브랜드가 많다. 현지 교민은 “예전에는 기아차가 유명했는데, 지금은 현대기아가 되면서 현대 브랜드 차량도 많아졌다”며 “현지에 현대기아 생산 공장이 있는 것도 현대기아차가 많은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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