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집값 부풀리기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몇 달 전, 서울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와 인근 아파트 주민이 부동산 매물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사연이 신문에 보도됐다. 속사정을 보니 한 주민이 아파트를 팔려고 내놓았는데 매물 가격이 호가보다 훨씬 낮은 게 발단이었다. 일부 주민이 "중개업소가 집값을 떨어뜨린다"며 비난하고 중개업소를 왕따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사연이다.

이런 사례가 일부 지역에 국한된, 남의 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예상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신호가 울렸다. 최근 몇 년 새 수도권 집값이 자고 나면 오를 정도로 급변하자 부동산 허위 매물 신고를 둘러싼 갈등이 복마전 양상으로 커지고 있다는 보도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접수된 허위 매물 신고 건수를 봤더니 지난 8월에만 2만 건이 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 규제에도 집값이 고삐 풀린 듯 치솟는 서울 양천·송파구, 화성·용인·성남시 등 경기도가 특히 많다. 집값을 더 받으려고 호가를 올리는 것도 모자라 '허위 매물 신고'라는 기발한(?) 수단까지 동원해 악용하는 셈이다. 과거 부동산 매도자와 중개업소가 서로 득을 본다는 '순가(純價) 중개계약'처럼 일반적인 거래 행위와는 거리가 먼 '집값 띄우기' 광풍이다.

허위 매물로 신고하면 48시간 동안 해당 매물이 인터넷에 노출되지 않는다. 또 중개업소에 매물 등록도 중단된다는 점을 노려 일부 아파트 주민이 낮은 가격에 나온 부동산 매물을 허위로 낙인찍어 거래가 안 되게 막는 것이다. 소위 '부녀회 단톡방'을 통해 은밀히 오가는 이런 담합은 좋게 말해 '제값 받기'다. 그러나 매도자 우위의 시장에서 서로 입을 맞추는 '집값 부풀리기'가 실체다.

부동산 가격 담합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또 조금이라도 값을 더 받겠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제 기준에 맞지 않는다며 허위 매물로 취급하고 시장 질서를 깨는 것은 깊이 생각해볼 문제다. 좋은 일에 의기투합한 게 아니라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담합이 어떤 부작용과 사회문제를 키우는지 알아야 한다. 참으로 어지러운 세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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