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경제 위기는 '왔다'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남북 화해 분위기에 정신이 팔린 사이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 영향인지 급속히 확산하는 게 한국 경제 위기 10년 주기설이다. 1997년 외환 위기, 2008년 금융 위기에 이어 10년 만에 경제 위기가 닥쳐온다는 얘기다. '최악' '최저' 수식어가 붙은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경제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받는 모양새다.

경기 추락과 나빠진 고용 사정을 보여주는 지표들을 보면 벌써 경제 위기가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 버팀목인 제조업 경쟁력 하락부터 심상치 않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제조업 생산능력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 줄었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71년 이후 가장 큰 폭 내림세다. 8월 취업 증가자 수는 3천 명으로 금융 위기 여진이 이어지던 2010년 1월 이후 8년 7개월 만에 가장 적다. 실업자는 8개월째 100만 명을 웃돌며 외환 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치솟았다.

전망 역시 잿빛이다. IMF는 우리나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8%로, 내년은 2.9%에서 2.6%로 각각 낮췄다. 내년 전망치는 201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아시아개발은행(ADB)도 전망치를 낮춘 바 있다.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금융시장 개방도가 높은 탓에 우리 경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등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중국발 금융 위기가 현실화하면 우리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경제 위기를 촉발하는 국내외 요인보다 더 걱정인 것은 경제 운전대를 잡은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잘못된 인식과 능력 부재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얘기는 공직생활을 하며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지금의 위기 상황을 늘 있었던 일 정도로 치부하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경제 현장에서는 죽을 지경이라는 아우성이 쏟아지는데도 경제를 책임진 인사들은 엉뚱한 소리만 내뱉고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사는 국민에게 위안과 희망을 주기는커녕 힘 빠지게 하는 소리는 그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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