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탕약(湯藥)을 달일 때 사용하는 질그릇을 약탕관이라 한다. 약을 달이자면 먼저 약탕관에 약을 앉히고 나서, 한지로 아가리를 덮어씌워 화로나 풍로에 올려놓는다. 부채로 불을 다스리면서 정성을 다해 탕약을 달인다. 한약은 약재도 중요하지만, 약을 달이는 정성 또한 약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한방약의 내복법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환丸 즉 정제錠劑로 복용하는 방법, 산약散藥 즉 가루로 만들어 복용하는 방법, 그리고 달여서 먹는 방법이 있다. 이를 두고 약탕이라고 하는데, 달이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강장제의 경우는 오미五味가 충분히 우러나야 하므로 약한 불에 천천히 오래 달인다. 발한의 경우는 약의 기氣를 취하는 것이므로 화력이 강한 불에 급히 달인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 주성분인 주약 한 가지만 먼저 달이다가 뒤에 다른 약을 넣고 달이는 방법도 있다.
한약을 달이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나무 기둥을 묶어 삼발이처럼 세워놓고, 약탕관을 끈으로 묶어 저울대 같이 돌 추를 달아 평형을 유지시켜 놓은 뒤에 불을 피워 약을 달였다. 그때 약이 달여지면서 수분이 증발함으로써 무게가 가벼워진다. 그러면 천천히 약탕관이 위로 올라가고 돌 추는 밑으로 내려온다. 시간이 흐르면 돌 추가 땅에 닿고 약탕관은 일정한 높이까지 올라가 정지한다. 알맞게 달여진 상태이다. 지렛대 원리를 이용한 방법이다.
내가 어릴 적에 보았던 이야기다. 아랫방에 세 들어 살던 젊은 내외가 있었다. 하루는 새댁이 풍로에 숯불을 피워놓고 부채로 부치면서 약을 달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자 새댁이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어머니에게 물었더니 하시는 말씀이 "아마도 새댁이 불을 잘 보지 못해서 약을 넘긴 것" 같다고 하셨다. "물을 더 붓고 다시 달이면 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약은 그렇게 달이는 법이 아니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약은 무엇보다 정성이라"고 말씀하셨다.
가을을 보약의 계절이라 하지 않았던가. 약전골목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대구는 예부터 약령시藥令市가 열리던 널리 알려진 약재시장이다. 그 역사가 길고 오래되었다. 조선조 인조․효종 연간부터 정기적으로 열렸으니 근 4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약재가 주로 봄가을에 수확되기 때문에 춘령시春令市와 추령시秋令市로 나뉘어 열렸고, 장이 열리면 조정의 소요량부터 먼저 수매하였다. 그렇게 관官의 수매가 끝나면 일반 수요자들의 거래가 이루어졌다. 대궐에서 필요한 약재를 사 모으는 주요한 일이라서 관찰사가 맡아서 감독하였다. 그런가 하면 '대구의 영바람을 안 쐬면 약효가 없다'는 말까지 있었으니 그 규모며 성세를 헤아려 짐작할 만하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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