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가을 중에서도 수확의 계절이고 한 해 중 가장 풍성한 계절이다. 대부분의 야외 행사가 10월에 몰려있는 이유인 것 같다. 대구시의사회 의사의 날(체육 대회) 행사도 항상 10월에 개최된다. 인생을 사계절로 나눌 수 있다면 과거에는 50~60대가 가을로 비유되었지만 평균수명의 증가로 요즈음은 60~70대가 가을, 즉 인생에서 가장 풍성한 시기인 것 같다.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세대(한국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1963년까지 태어난 세대)가 본격적으로 인생 2막인 은퇴 후 인생을 보내고 있다.
특히 최근 급격한 출생률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 인구 분포에서 6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제 구조도 과거에 영유아와 젊은이 수요에 집중되었다면 향후에는 노령층 실버산업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은퇴 후 삶에 대한 준비가 매우 부족한 사회 구조다.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우리나라 베이비부머세대는 자신보다는 국가와 가족을 위해 한평생 희생과 열정을 바친 산업화 세대로 은퇴 후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울 여유가 없이 인생 2막에 접어들었다.
은퇴는 인생에서 종착역이 아니라 다른 여정의 시작이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눈주름처럼 겉모습은 꾸겨지고 삶의 가치가 조금씩 떨어지는 것처럼 느끼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말처럼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늙음이란 자연 현상 앞에서 젊은 시절만큼의 일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은퇴는 살면서 얻은 경험과 지혜와 지식을 총 망라해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각자 건강과 경제적 여력에 따라 은퇴 후 귀농하는 사람, 취미생활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 본인의 전문 지식을 사회에 환원하는 봉사활동으로 보내는 사람, 일을 더하기 위해 다른 직장을 구하는 사람 등 다양한 형태로 살아가고 있다.
성현들에게 배울 수 있는 은퇴 철학은 무언가? 공자의 인생삼락은 배움, 인간관계, 그리고 자기수양이라고 했고, 맹자는 부모가 살아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고, 하늘을 우러러 보고 사람을 굽어보아도 부끄럽지 않음이 두 번째 즐거움이고,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라고 했다. 추사 김정희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항상 배우는 선비정신을 간직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변함없는 사랑을 나누며 고락을 같이하고, 벗을 청해 술잔을 기울이며 인생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즐거움이라고 했다.
은퇴 후 분주하고 복잡한 사회 활동에서 벗어나 삶을 관조적으로 바라보고 여유로운 노후 생활을 보낼 수 있다면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다는데 많은 사람이 동의한다. 노후의 삶은 물질적인 욕망에서 벗어나 삶의 본질적인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며, 즐거움을 만끽하는 시기가 되어야 한다.
고석봉 대구가톨릭병원 교수(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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