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국제공항의 통합 이전을 반대하는 측은 정책 결정 과정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점, 이전에 따른 공항 접근성 하락, 비현실적인 후적지 개발 수익 등을 들어 군 공항만 분리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합 이전' 결정까지 단 17일, "사업 타당성 입증됐나"
'(가칭)시민의 힘으로 대구공항 지키기 운동본부'(이하 시대본)는 대구공항 통합이전이라는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많았다고 지적한다.
대구공항 통합이전 정책은 지난 2016년 6월 정부가 대구와 부산 간 영남권 신공항 유치전에서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은 이후 단 17일 만에 사업 타당성에 대한 조사도 거치지 않고서 급속도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그 해 6월 25일 "김해공항 확장안의 타당성을 검증한 이후 영남권신공항을 재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닷새 만인 같은 달 30일 대구시가 "대구공항 존치 및 확장과 K2 이전 문제에 전력을 쏟겠다"고 발표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그로부터 10여 일 만인 2016년 7월 11일 대구시는 박근혜 정부의 대구공합 통합 이전 제안에 따라 "(정부의) 대구공항 통합 이전 계획을 환영한다"고 발표했다.
시대본은 국방부 소관인 군사공항 이전 정책과는 별개로, 민간공항을 이전하고도 이용객과 노선이 지금처럼 유지될 지 등에 대해 대구시와 국토교통부가 면밀히 따져 결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구공항 통합 이전 같은 대형 사업을 시의회나 시민 동의도 없이 수행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대구시는 2016년 8월 당시 대구공항 통합 이전에 드는 비용이 7조3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대구시 내년도 예산(7조8천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민간공항 접근성 하락, 시민 대다수도 반대
통합 이전에 따라 민간공항 접근성이 크게 하락하는 것도 문제시된다. 대구공항은 최근 수년 새 연간 이용객 100만명 수준에서 400만명 규모로 대폭 성장했다. 이는 대구공항을 거점 삼는 저가항공사(LCC)가 늘어난 영향이다.
국내 LCC들이 충청권, 전라권 공항보다도 대구공항을 더욱 선호하는 것은 동대구역 KTX와 대구공항 간 짧은 거리가 한 몫 했다는 평가다. 타 지역민들이 KTX를 타고 대구로 와 공항까지 3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로 대구공항에서는 인천·김해국제공항에 비해 원하는 시간대 저렴한 가격에 중·근거리 여행을 떠나기가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공항을 통합 이전하면 이점을 놓칠 우려가 크다는 게 시대본 측 주장이다. 고속철도가 지나지 않는 지역으로 이전했을 때, 대구공항~이전공항 간 교통망을 아무리 확충해도 지금보다는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시민들의 반대 목소리도 높다. 시대본이 지난달 3일 대구시민 1천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구시민 77.5%는 민간공항을 대구에 존치하고 군공항만 경북에 이전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공항의 경북지역 통합 이전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22.3%에 그쳤다. 군공항 단독 이전을 선호한 시민들은 '통합 이전하면 공항이용이 많이 불편하기 때문'(51.9%)이라는 이유를 가장 많이 들었다.
◆"이전공항 조성에 기부하는 돈이 양여부지 개발 수익보다 커"
공항 이전에 따른 경제성이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있다.
대구시와 정부는 대구공항 통합 이전을 국유지 기부 대 양여 방식으로 치를 방침이다. 대구시가 7조2천500억원을 국방부에 기부해 이전지의 통합공항을 조성한 뒤 국방부로부터 현 대구공항 부지(약 660만㎡) 소유권을 이전받아 빈 터를 개발하는 형태다.
그러나 부지보상, 시설물 설치 등 절차를 고려했을 때 기부금을 들인 뒤 현 부지 개발비용을 회수하기까지는 적어도 10여 년이라는 긴 시간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시대본은 현 대구공항 후적지 개발 수익이 이전지 통합공항 조성에 드는 7조원보다 적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대구시가 2016년 7월 말 대구공항 통합 이전 후적지에 자연친화적 미래복합도시를 짓겠다며 발표한 휴노믹시티 조성 계획에 따르면 전체 부지에는 주거단지(25%), 상업·업무단지(6.7%), 산업단지(14.8%), 기반시설(53%) 등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대본은 2016년 8월 토지 감정가 등을 기준으로 해 휴노믹시티의 토지(주거·상업·산업단지) 분양수익 추정가를 계산했을 때 이전공항 조성 비용의 66% 수준인 약 4조8천400억원밖에 회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차액인 2조4천억원은 대구시가 부채로 고스란히 떠안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경제 유발 효과가 크던 민간공항이 빠져나간 뒤 이전터에 새로운 앵커 시설을 확보하지 못하고서 대규모 주거시설을 공급한다면 기존 시가지의 가격 하락도 우려된다는 분석이다.
강동필 시대본 준비위원은 "도시개발은 사회, 경제, 행정, 물리적 요인을 종합 판단해야 한다. 공항 이전터의 고도제한이 해제된다 해도 이곳에 입주하기를 희망하는 주민이나 상인이 얼마나 많을 지는 조사를 해 봐야 한다"며 "무리한 정책을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사업 타당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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