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KT 아현지사 화재로 서대문과 마포를 중심으로 일상이 멈춰섰다. 모세혈관처럼 사회 곳곳에 뻗어있는 통신망에 너무 많은 것을 의존하는 IT(정보통신) 강국이 화재 사고 한 번에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분신처럼 매일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전화·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을 넘어선 지 오래다. 카드결제는 물론 금융거래, 내비게이션, 음악재생 등을 담당해온 스마트폰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니 시민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마포구 공덕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허모(45) 씨는 "카드결제가 안 되는데, 근처 현금인출기도 고장 났다보니 손님들이 그냥 발을 돌리더라"며 "어제 낮에는 장사를 거의 못 했고 지금도 손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KT 기지국 화재로 현금만 받습니다'라는 안내 글귀를 적어놓은 마포구의 한 숯불 갈빗집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모(70) 씨는 "카드 결제도 못 하고, 전화로 예약도 못 받으니 답답하고 속이 터진다"며 울상을 지었다.
트위터 아이디 'kitty****'는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에 이동통신이 안 되면 나만 불편한 일인 줄 알았는데 주말 장사해서 버텨야 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이번 사고가 재난 수준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촌각에 생사가 오가는 병원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병원 전산망이 멈춰 선 것이다.
병원에서 근무한다는 한 의료진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의료진들이 KT 휴대전화를 쓰는데 전화 자체가 안되니 응급상황에서 서로 콜을 못 해서 원내 방송만 계속 띄워야 했다"며 "이러다가 사람 하나 죽겠구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신고가 떨어지면 신속히 출동해야 하는 일부 파출소에서도 불편을 겪어야 했다. 서울 중구의 한 파출소에서는 전화뿐만 아니라 인터넷 내부망도 접속이 안 됐다. 112 신고가 접수되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무전으로 하달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지만, 일반전화로는 신고가 불가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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