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 정도면 재난 수준"…KT 화재에 일상 마비된 'IT강국'

카드결제·인터넷 거래 중단…촌각 다투는 경찰·병원망도 먹통
"스마트폰 없이 아무것도 못 해"…시민들 발만 동동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 등이 전날 발생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하기 위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아현국사에서 경찰, 소방 관계자 등이 전날 발생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하기 위한 현장 감식을 하고 있다.

서울 KT 아현지사 화재로 서대문과 마포를 중심으로 일상이 멈춰섰다. 모세혈관처럼 사회 곳곳에 뻗어있는 통신망에 너무 많은 것을 의존하는 IT(정보통신) 강국이 화재 사고 한 번에 마비될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분신처럼 매일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전화·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기능을 넘어선 지 오래다. 카드결제는 물론 금융거래, 내비게이션, 음악재생 등을 담당해온 스마트폰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니 시민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마포구 공덕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허모(45) 씨는 "카드결제가 안 되는데, 근처 현금인출기도 고장 났다보니 손님들이 그냥 발을 돌리더라"며 "어제 낮에는 장사를 거의 못 했고 지금도 손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KT 기지국 화재로 현금만 받습니다'라는 안내 글귀를 적어놓은 마포구의 한 숯불 갈빗집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에서 일하는 이모(70) 씨는 "카드 결제도 못 하고, 전화로 예약도 못 받으니 답답하고 속이 터진다"며 울상을 지었다.

트위터 아이디 'kitty****'는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에 이동통신이 안 되면 나만 불편한 일인 줄 알았는데 주말 장사해서 버텨야 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이번 사고가 재난 수준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촌각에 생사가 오가는 병원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병원 전산망이 멈춰 선 것이다.

병원에서 근무한다는 한 의료진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의료진들이 KT 휴대전화를 쓰는데 전화 자체가 안되니 응급상황에서 서로 콜을 못 해서 원내 방송만 계속 띄워야 했다"며 "이러다가 사람 하나 죽겠구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신고가 떨어지면 신속히 출동해야 하는 일부 파출소에서도 불편을 겪어야 했다. 서울 중구의 한 파출소에서는 전화뿐만 아니라 인터넷 내부망도 접속이 안 됐다. 112 신고가 접수되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무전으로 하달하기 때문에 문제는 없지만, 일반전화로는 신고가 불가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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