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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교육, 부모됨의 길을 묻다] 지식 대신 지혜로, 공부의 6가지 의미

유영만(지식생태학자, 한양대 교수)
유영만(지식생태학자, 한양대 교수)

인공지능(AI)이 인간지능을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인간의 지성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지가 우리 교육이 직면하고 있는 최대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아인슈타인도 말했듯이 지식은 학교 교육을 통해서 빠르게 습득할 수 있지만 지혜는 시행착오를 통해서 직접 삶의 현장에서 온몸으로 체화시켜야 한다. 이제 인간은 지식 대신 지혜, 지능 대신 지성을 개발하는 새로운 교육혁명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지금까지 했던 공부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공부는 호기심의 물음표로 시작하는 질문이다. 공부는 어제와 다른 호기심의 물음표를 던져 감동의 느낌표를 찾아 나서는 여행이다. 기계도 질문할 수 있지만 호기심으로 질문하는 동물은 오로지 인간뿐이다. 이제 정답을 찾는 모범생 육성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질문을 던지는 모험생 육성으로 교육적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둘째, 공부는 몸으로 깨닫는 육체노동이다. 공부는 책상에 앉아서 머리로 이해하는 정신노동이라기보다 좌충우돌하며 몸으로 깨닫는 체험적 깨달음의 과정이다. 공부는 견디기 어려운 역경을 색다른 경력으로 만드는 고난 극복과정이다. 몸으로 깨달은 지혜는 직접 가르칠 수 없다. 오로지 당사자의 몸이 따르는 고통체험을 통해서만이 체득될 수 있다.

셋째, 공부는 낯선 마주침이다. 공부는 이전과 다른 환경에 자신을 노출시켜 지금까지 받아보지 못한 낯선 자극을 내면화시키는 과정이다. 공부를 통해 맞이하는 마주침에서 깨우침을 얻는 과정 속에서 각성과 통찰이 일어난다. 색다른 환경과 마주칠 때 새로운 깨우침이 일어나고 뉘우침을 얻으며 가르침을 줄 수 있다.

넷째, 공부는 가슴으로 느끼는 공감이다. 공감은 머리로 이해해서 생기는 능력이 아니라 타자의 입장이 되어 직접 체험하는 과정에서 체득되는 미덕이다. 뭔가 잘못했을 때 두 손을 머리에 대고 반성하지 않고 가슴에 대고 반성한다. 진정한 생각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진정한 공부도 타자의 아픔에 발 벗고 나서는 측은지심을 배우는 과정이다.

다섯째, 공부는 생각너머를 생각하는 상상이다. 공부는 타자의 아픔에 공감한 후 그것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를 밤잠을 설쳐가며 다양한 상상을 연결시켜 나가는 이연연상(二連聯想)의 과정이다. 상상력은 타자의 아픔을 사랑하는 가운데 발아된다.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생각을 이어가는 상상력이야말로 세상을 바꾸는 창조의 원동력이다.

마지막으로 공부는 나를 발견하는 실존적 축제다. 공부를 하는 이유는 나만의 색다름을 찾아 나다움을 드러내는 아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다. 색달라지면 저절로 남달라지지만 남달라지면 색다름은 없어진다. 공부는 색다름으로 나다움에 이르는 자기발견이다.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공부의 마지막 의미는 나만의 색다름을 찾아 나답게 살기 위한 자기탐구의 과정이다.

공부는 생각의 고치 안에 안주하고 있는 고정관념을 망치로 깨부수고 가치를 드높이는 고통스러운 과정이다. 부단한 자기변신을 통해 어제와 다른 나를 만드는 혁명, 그것이 바로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될 공부의 방향이다.

유영만(지식생태학자, 한양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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