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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강의 동행에세이] 새해 최고의 퍼포먼스, 그녀는 위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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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작가 권미강
프리랜서 작가 권미강

3천㎞ 밖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딸아이와 함께 베트남에서 맞이한 새해는 겨울에서 여름으로 온 선물 같았다. 두 계절의 새해가 행운처럼 열린 황금돼지해. 그곳에서도 새해로 넘어가는 자정에는 축하의 불꽃이 터졌다. 언제부턴가 세계의 도시들이 새해가 되면 불꽃놀이를 한다. 불을 훔친 인간의 욕망을 한꺼번에 분출하듯 온통 불꽃의 향연이다.

더운 나라의 새해는 그 풍경만큼 이색적이다. 두꺼운 잠바에 털모자와 목도리, 장갑으로 중무장하며 떠오르는 첫 해를 향해 소원을 빌던 우리의 모습과 사뭇 다르다. 몇 시간 전 불꽃으로 새해를 맞은 베트남의 휴양도시 나트랑에서 첫 해를 보기 위해 바닷가로 나갔다.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명절행렬처럼 첫 해를 보기 위해 바다로 산으로 모이는 우리들의 해맞이 모습을 생각하며 비가 와도 춥지 않은 해변에서 해 대신 바다를 보고 있었다. 그때 비키니 차림의 한 여인이 거침없이 바다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따뜻한 나라이니 이런 새해 풍경쯤이야 하면서도 생경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파도를 온몸으로 맞을 수 있는 지점에 서자 거대한 파도의 벽에 몸을 부딪쳤다. 파도는 거칠었고 그녀는 바닷속에 쓰러지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파도와 사투를 벌였다. 그녀는 마치 '그래 아무리 파도가 쳐도 나는 다시 일어설 거다'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은 한 생을 파고드는 깨달음처럼 느껴졌다. 행복하게 해달라는 소원 대신 '그래 올 테면 와 봐라. 다 받아칠 테니 온몸으로'라는 결기에 찬 의식을 치르는 듯했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거대한 파도가 삼킬 것 같은 바다에서 이국의 그녀는 세상과 '맞짱' 뜨고 유유히 바다를 떠났다. 그녀의 새해 의식은 지금까지 본 새해 퍼포먼스 중 최고로 위대했다.

권미강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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