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대구 서구 상리동 새방골 진입로에는 정비공장 신축에 반대하는 현수막 여러 개가 걸려 있었다. 이곳 주민 20여 명은 지난 10일 오전 계성고 인근에 자동차정비공장 건립 공사가 재개되자 자재 반입을 막아서고 서구청에 항의 방문했다. 주민들은 "청정지역인 상리동에 정비공장이 웬말이냐"며 "건축 공사를 중단하고 허가를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동물화장장 건설을 둘러싸고 극심한 갈등을 겪던 서구 상리동에서 또다시 주민들과 건축주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새방골에는 400여 가구, 주민 800여 명이 살고 있다. 지난달 새방골에 대지면적 2천217㎡, 지상 2층 규모 자동차정비공장이 들어설 계획이라는 소식이 알려졌다. 주민들은 정비공장이 들어서면 주변 교통이 마비되고 환경오염과 소음 발생이 우려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오염시설로 보기 어려운 자동차정비공장에도 이처럼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이유는 그동안 상리동을 중심으로 들어선 주민기피시설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상리동 일대에는 상리음식물류폐기물처리시설을 비롯해 분뇨처리장과 하·폐수처리장 등이 자리잡고 있다.
상리동에 이미 고물상과 자동차정비공장·카센터 등 10여곳이 이미 들어선 점도 주민들이 고개를 가로젓는 이유다. 현재 상리동에는 고물상 10곳과 소형 자동차정비공장 2곳, 전문정비업체(카센터) 6곳 등이 영업을 하고 있다.

상리동에 도심기피시설이 몰리는 것은 신천대로나 서대구나들목 등 주요 도로와 가까우면서 비교적 땅값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곳에 자동차정비공장을 들이려는 건축주는 "상리동은 다른 지역보다 25% 이상 땅값이 싸다. 공업용지는 땅값도 비싸고 허가도 쉽지 않다"고 했다. 서구청에 따르면 개별공시지가 기준 상리동의 자연녹지 평균가격은 1㎡당 8만5천722원으로 서구 전체 자연녹지 평균가격인 12만2천488원의 70% 수준이다.
날로 집중되는 기피시설은 주민들 소외감을 더욱 부추긴다. 새방골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강삼태(71) 씨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와룡산 넘어 방천리매립장의 역겨운 냄새가 동네를 뒤덮는다"며 "주민들 사이에서 각종 오염시설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동안 우리는 별다른 혜택도 받지 못한 채 똑같은 세금을 내면서 혐오시설만 떠안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주민 정상철(41) 씨도 "상리동은 수십 년 간 지역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서 각종 개발정책에서 소외됐다"며 "행정기관이 주민기피시설에 너무 쉽게 허가를 내주는 것도 문제다. 그동안은 바보처럼 살았지만 이젠 마냥 두고볼 수 없다. 주민들은 악에 받쳐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자동차정비공장은 법적으로 허가를 막을 근거가 없다. 구청은 주민 반발을 고려해 건축주 측에 의견을 전달하는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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