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달성'상주·낙단'구미보를 가다

정부가 낙동강 등 4대강 보에 대한 평가를 통해 보 해체 또는 완전 개방 등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경북 낙동강 인근 주민들은 생활용수 및 농'공업 용수 공급, 홍수 조절 등 기능을 위해 보 해체 가능성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낙동강 보 개방 등에 따라 물 부족 사태나 주변환경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대구경북의 낙동강 보를 찾았다.

◆달성보 수위 낮아져 곳곳에 바닥 드러낸 인근 강가

25일 낮 찾은 달성보에 옆 달성노을공원. 이곳의 계류장은 눈에 띄게 낮아진 수위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였고, 주변에는 각종 쓰레기들만 나뒹굴고 있었다.

인근에 조성한 어도(물고기 등이 이동하는 통로)와 어도관찰실은 보 수위가 낮아진 후에는 아예 관리에 손을 놓아 잡풀이 무성한 채 비린내가 진동했다.

달성보에 위치한 수력발전소는 가동을 멈춘지 오래다. 이곳의 수력발전소는 상류와 하류의 정격 낙차가 3.2m(최대3.5m, 최소2.8m)에서 전력을 생산하지만 보 개방 이후 낙차가 발생하지 않아 작동을 멈췄다.

달성보는 2017년 6월부터 보 부분 개방에 들어가 13.5m 선을 유지하다, 지난해 10월 추가로 수문을 개방해 취수제약수위인 12.5m로 낮아졌다. 이후 최근 2월부터는 수문을 완전 개방해 25일 달성보 수위는 9.24m에 불과했다.

달성보 수문을 열면서 상류에 위치한 화원유원지도 곳곳에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같은 날 오후 찾은 사문진교는 교각 밑부분까지 드러났고, 인근 모래사장도 하얗게 모습을 드러냈다. 또 화원유원지 하식애 인근 생태탐방로도 교각이 그대로 드러나 흉측한 몰골이었다.

현재 화원유원지 수위는 보 개방 이전보다 4m 이상 줄어들었다는 것이 달성군 시설공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물이 줄면서 사문진 나루터의 유람선 운행은 지난 13일부터 중단됐다.

물에서는 작은 배 두 대에서 조개 구조 작업이 한창이었다. 수자원 공사 직원은 "강이 메마르면서 펄조개, 말조개 등 조개류의 폐사를 막기위해 인근 어부들까지 동원해 폐사를 막고있다"고 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수위가 낮아지면 달성군의 진천천과 천내천의 물길이 막힐 수 밖에 없다. 오는 10일까지 운휴 기간인 진천천의 경우 취약수위인 12.5m이하로 수위가 내려갔기 때문에 이후에도 물이 흐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생활하수로 인해 오염과 악취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개방한 상주보'낙단보 인근 농민들, '반신반의'

상주보 개방 4일째인 25일 오전 11시쯤 상주보와 3km쯤 떨어진 낙동강 상류인 중동면 강창교 교각 아래 받침기둥에 수위가 가라앉으면서 생긴 젖은 자국이 선명하다. 고도현 기자
상주보 개방 4일째인 25일 오전 11시쯤 상주보와 3km쯤 떨어진 낙동강 상류인 중동면 강창교 교각 아래 받침기둥에 수위가 가라앉으면서 생긴 젖은 자국이 선명하다. 고도현 기자

상주보·낙단보가 개방된 지 4일째를 맞은 25일, 인근 상주·의성·예천 농업인들의 모습에선 불안한 모습이 역력했다.

'보 철거는 없다'는 조건으로 환경부의 협약에 동의해줬지만 세종보 등 다른 보의 철거 방침 소식이 전해지고, 보 개방 후 하천 수위마저 눈에 띄게 낮아지면서 반신반의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2일 상주보와 낙단보가 하류쪽으로 부분 개방된 이후 상류지역인 상주 중동면과 낙동면 하천은 수위가 2m쯤 낮아져 가장자리 바닥이 드러날 정도였다.

낙단보 상류지역인 의성군 안계면 위천 수심이 내려갔고 상주보 상류지역인 의성군 다인면 덕미리에서 발원해 상주시 중동면 신암리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지방하천인 말지천 상류쪽 수심도 내려갔다.

현재 환경부의 모니터링에 맞서 상주지역 농민들도 감시단을 구성해 피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중이다.

상주보 개방 4일째인 25일 오전 11시쯤 상주보와 3km쯤 떨어진 낙동강 상류인 중동면 강창교 교각 아래 받침기둥에 수위가 가라앉으면서 생긴 젖은 자국이 선명하다. 고도현 기자
상주보 개방 4일째인 25일 오전 11시쯤 상주보와 3km쯤 떨어진 낙동강 상류인 중동면 강창교 교각 아래 받침기둥에 수위가 가라앉으면서 생긴 젖은 자국이 선명하다. 고도현 기자

25일 현재까지 뚜렷하게 피해가 접수된 것은 없지만 상주보 영향권인 예천군 풍양면에 위치한 상풍교 취수장 수위가 낮아져 조만간 취수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주보 개방 4일째인 25일 오전 11시쯤 상주보와 3km쯤 떨어진 중동면 강창교 밑 낙동강 상류 가장자리가 보일만큼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고도현 기자
상주보 개방 4일째인 25일 오전 11시쯤 상주보와 3km쯤 떨어진 중동면 강창교 밑 낙동강 상류 가장자리가 보일만큼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 고도현 기자

환경부가 보 수위 회복을 약속한 4월 1일이 되기 전에 모니터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관정에서 예상대로 물이 제대로 안 나오면 3월 중에 물이 필요한 양파 마늘 및 시설하우스 농가들의 큰 피해가 예상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비도 제때 안 오면 물난리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구미보 인근 농민들, "보 채체 절대 안돼"

구미보가 지난달 24일부터 물을 방류하면서 현재 낙동강 수면 아래에 있던 나무들과 풀들이 간간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영농철이 아니어서 낙동강 인근 구미지역 8개 읍·면의 경우 물 부족에 따른 어려움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구미보는 이달 25일부터 수문을 닫아 다음 달 10일까지 만수위인 32.5m까지 끌어올려 기존 수위를 회복할 예정이다. 다만 비가 오지 않을 경우 7m나 낮아진 수위가 제대로 회복될지가 문제다.

구미지역 농민단체들은 대책 없는 보 철거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특히 농업·공업·생활용수를 취수하고 있는 해평취수장은 칠곡보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칠곡보가 개방되거나 해체될 경우 농업·공업·생활용수 취수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50여만명의 생활용수와 구미지역 3천여 기업이 이용하는 공업용수를 취수하고 있는 해평취수장 취수량은 46만4천㎡/일, 구미광역취수장 취수량 40만㎡/일이다.

(사)한국농업경영인 구미시연합회는 "정부가 녹조 등 수질 악화 및 생태계 파괴 문제를 이유로 낙동강에 설치된 보를 철거한다면 농업용수 부족으로 농지 사막화를 만들 것"이라며 "합리적인 수자원 활용과 수질오염 최소화를 위해 전반적인 실태조사 및 분석으로 오염원인을 찾아 해결책을 먼저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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