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 노후 자금 까먹고도 선방했다니

지난해 국민연금이 투자금 5조8천800억원을 까먹었다. 국민연금의 연간 수익률이 -0.92%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휩쓸었던 2008년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지난해 말 국민연금 적립 금액이 639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정기예금 금리 2%로 맡겨도 연간 10조원 이상 불릴 자금을 되레 6조원 가까이 날린 셈이다. 그만큼 국민 노후 자금이 줄었고 이를 부담해야 할 미래 세대의 부담은 커졌다.

지난 1988년 처음 도입된 후 지난해까지 국민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5.24%였다. 최근 5년간 평균수익률도 3.97%다. 그렇던 수익률이 졸지에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기금 운용에 문제가 있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특히 기금 운용을 총괄하는 기금운용본부장이 제 식구 심기 논란 속에 장기간 공석으로 남아 있었던 점이 그렇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엉터리로 운용되면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당겨진다는 점이다. 현재 추세로도 국민연금은 2057년이면 완전 고갈된다.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는 기금운용수익률을 0.1%포인트만 올려도 연금 고갈 시점을 1년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산 운용 업계는 이를 1%포인트에 5년으로 추산한다. 감사원은 2015년 기금운용수익률 전망치를 1%포인트씩 개선하면 기금 고갈 시점을 최대 8년 늦출 수 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2%포인트로 올리면 기금 고갈을 피할 수도 있다고 보았다. 당시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의 2018~2020년 목표기금 운용수익률은 4.9%였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금운용수익률을 높이기는커녕 한눈만 팔고 있다. 스튜어드십 도입,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 등 포퓰리즘적 정책에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저조한 기금 운용을 두고선 해외 주요 연기금에 비해 선방했다느니, 국내외 증시 환경이 좋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얼버무리고 있다.

국민 노후 자금인 국민연금은 수익률이 떨어진다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 국민연금의 적정 수익률 유지를 최우선해야 하는 이유다. 국민연금이 지금이나 미래 세대 대다수 국민들에게 있어 유일한 노후 보장 수단이라는 점을 정부는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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