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의 하노이회담 결렬
나경원 원내대표 탓이라는 민주당
北美 잘못 없음을 강변하려다 보니
만만한 야당 대표를 표적으로 비판
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특이한 발언을 내놓았다. 미국과 북한의 하노이 2차 정상회담 결렬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과 미국을 방문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등과 만나 '종전선언은 안 된다, 평화선언은 안 된다'고 얘기했다"며 "그런 것들이 워싱턴에서 (하노이 회담 결렬) 분위기를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문 특보의 발언에 앞서 정의당 김종대 의원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김 의원은 "한반도 주변 정세가 '나경원 프레임'으로 짜여지고 있다"며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인 나 원내대표의 방미 외교 활동을 비난했다.
글머리에 '특이하다'고 표현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이들의 발언이 비난인지 칭찬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을 나 원내대표 탓으로 돌리려는 두 사람의 의도는 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나 원내대표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의미도 된다. 한국의 야당 원내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이고 미국의 외교 정책을 바꿀 수 있을 정도라니. 급기야는 한반도 주변 정세가 '나경원 프레임'으로 짜여지고 있다니. 역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미국에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대한민국에 있었던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문 특보와 김 의원은 현 정부 여당과 궤를 같이하는 인사들이다. 빅딜이든 스몰딜이든 하노이 합의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충격적인 회담 결렬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이들의 입장에서 북한 책임론은 처음부터 내놓기 어려운 분석이다. 완전한 핵 폐기를 약속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최선희의 공언은 안 들은 걸로 하고 싶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공을 탓하기는 힘에 부친다. 미국이든 북한이든 당사자들을 거론하다가는 자칫 우리가 판을 깨는 데 앞장설 수도 있는 형국이다. 미국도 북한도 잘못이 없음을 강변하려다 보니 결국 만만한(?) 야당 대표를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의 인식과 분석이 초래할 후과이다. 나는 두 사람이 진심으로 나 원내대표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사실이라면 맥을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북한 문제에서 이른바 최고의 전문가를 자처하는 인사들 아닌가.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입장이다. 세계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게임의 판세를 그처럼 단순하게 읽을 정도로 수준 이하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 결국 북한 (핵) 문제에서 이성적·객관적 분석보다 감성적·주관적 희망을 앞세워 온 평소의 시각이 차가운 현실의 벽에 부딪힌 것이다.
북한은 우리가 말하는 '북한 핵 문제'가 '조선반도 핵 문제'임을 줄기차게 주장해 오고 있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는 사실을 우리 정부만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가 정면으로 '북한 핵 포기'를 압박하는 순간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트럼프가 김정은과 마주 앉은 이유는 한 가지다. 그것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이 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궁지에 몰린 국내 정치 상황에서 숨을 돌릴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재선에 도움이 되는 정치적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북한이 고집하는 어정쩡한 합의로는 효용 가치가 없을 것으로 본 트럼프의 판단 역시 당연지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우리가 미북 간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미국과 북한이 상대방 최고지도자에 대한 직접 비난을 자제하는 상황은 아직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중재자를 넘어 당사자인 우리 정부도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트럼프를 움직이는 나경원' 식의 공허한 수사부터 그쳐야 한다. 특히 북한에 대한 낭만적이고 주관적인 희망 대신 냉정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우선되어야 한다. 양쪽으로부터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는 신뢰를 받아야만 우선 중재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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