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니(6·고양이)가 내원했다. 며칠 전부터 입안이 불편한 듯 혀를 날름거리며 얼굴을 비비는 행동을 보였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 소장이 겹쳐지는 증상(소장 중첩) 확인되었다.
고양이는 선상이물(Linear foreign body·실 형태의 이물)을 먹고 소장 중첩이 발생해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바니의 혀 아래에 걸린 긴 실은 위를 지나 소장을 길게 중첩한 상태였다. 수술을 통해 실을 제거하였는데, 원인은 뜨개질용 실이었다.
고양이가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먹고 위험해지는 경우가 있다. 백합과 식물, 독성이 있는 화초, 어린이 감기 시럽 약, 초콜릿, 자일리톨, 커피, 양파와 마늘이 포함된 음식 등은 중독 증상과 빈혈을 유발할 수 있다.
독성이 있는 이물을 먹었다면 보호자는 곧바로 수의사에게 연락해 구토를 유도해야 할지 상담받아야 한다.

가정에서 고양이를 구토시키기 위해서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과산화수소수(3%)를 체중 kg당 1cc (체중 5kg당 1티스푼) 먹인다. 거부감이 심한 고양이는 담요를 몸에 감싸서 주사기 또는 투약 병을 이용하여 송곳니와 어금니 사이에 주입하면 쉽게 먹일 수 있다.
급여 후 몸을 천천히 흔들어 주면 위 내에서 거품 포말이 더 잘 형성돼 구토가 빨라진다. 구토하더라도 음식물의 일부가 위 내에 남아있으므로 추가로 구토하지 않는다면 10분 뒤 동일 양을 한 번 더 급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몸을 겨누기 힘든 고양이는 무리하게 구토를 유도하기보다는 신속하게 응급치료센터를 내원하여 집중치료를 받아야 한다.
고양이가 이물을 먹어서 수술을 받는 경우는 개보다는 적다. 하지만 고양이는 선상이물을 특히 주의하여야 한다.

털실의 감촉을 좋아하고 실을 헝클어뜨리는 걸 즐기는 고양이에게 털실은 신나는 장난감이다. 하지만 실이 고양이의 까칠한 혓바늘에 걸리면 쉽게 뱉어내질 못하고 끊임없이 삼키게 된다. 실이 소장을 통과하게 되면, 허리끈을 조였을 때 바지 주름이 잡히듯 소장을 중첩해 장이 파열되는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털실, 뜨개질용 실, 현악기 줄, 장난감에 달린 끈, 바느질용 실과 바늘, 옷에 부착된 탄력 밴드 등이 선상 이물이 될 수 있으며 고양이가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고양이가 선상이물을 먹은 것이 의심되고, 고양이가 입안을 불편해하거나 맛있는 음식 앞에서 머뭇거리는 행동을 보인다면 수의사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란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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