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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의 필름통] 넷플릭스의 출현과 영화의 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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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 필름통 대표
김중기 필름통 대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최초로 장편영화를 찍은 것은 1971년, '듀얼'이란 작품이었다. '듀얼'은 소시민이 도로에서 거대한 트레일러와 죽음을 건 사투를 벌이는 내용으로 스필버그의 스릴러적인 감각이 돋보인 영화였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의 감독 데뷔작이 아니다. 3년 후인 1974년 감독한 '슈가랜드 특급'이 데뷔작으로 인정을 받았다. 이유는 '듀얼'이 ABC 방송사에서 방영된 TV용 영화였기 때문이었다.

영화적으로 볼 때 완벽한 한 편의 장편영화임에도 이런 대우를 받은 것은 영화 메커니즘에 기인한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탄생된 이후 영화는 제작과 배급, 상영의 세 단계를 유지했다. 반드시 극장 상영이 돼야 영화로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 90년대 비디오용 영화들이 영화로 인정받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였다.

120년간 유지된 이 관행이 깨어질 지도 모른다. 바로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라는 영화 때문이다. '로마'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제작한 영화다. 월정액을 받고 영화를 온라인으로 볼 수 있게 한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의 상품인 셈. 극장 개봉용이 아니라는 점에서 흡사 90년대 비디오용 영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지난해 칸 영화제는 '로마'의 출품을 거부했다. 극장 개봉 없이는 영화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갈등은 2017년 촉발됐다. 당시 칸 영화제에 봉준호 감독의 '옥자'가 경쟁부문에 초청되면서 큰 반발이 제기됐다. 그래서 조직위는 지난해부터 프랑스 내 극장 개봉작에 한해서만 경쟁부문을 심사하고 있다.

지난 18일 버라이어티 등 외신은 넷플릭스와 칸 영화제 조직위의 협상이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올해도 칸 영화제에서 넷플릭스 제작 영화들은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칸과 달리 베니스 영화제는 넷플릭스의 작품들을 받아들였고, 지난해 8월 '로마'에게 황금사자상을 수여했다.

'로마'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감독상과 외국어영화상, 촬영상을 수상했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11월 3주간 극장에 상영하는 편법(?)을 쓴 결과였다.

이 문제는 단순히 플랫폼 문제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작가들이 넷플릭스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제작자의 간섭 없이 소신껏 영화를 만들게 하는 것이 넷플릭스의 방침이고, 거기에 동조하는 작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최고 4K 화질에 첨단 돌비 애트모스 음향까지 지원하면서 블루레이와 DVD 시장도 예전에 사라진 VHS(비디오테이프)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영화의 큰 변혁이 지금, 우리 안방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김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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