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경산시 영남대 천마아트센터는 입구부터 구름 인파로 붐볐다. 한국감정원, 한국가스공사 등 16개 대구경북 이전공공기관 등 35개 기관이 '2019 대구경북 이전공공기관 합동 채용설명회'를 열고 취업상담 부스 등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백팩을 메고 가슴에는 채용설명 책자를 품은 취업준비생들이 줄지어 행사장에 들어섰다.
오후 2시 합동 채용설명회가 시작되자 1층 강당은 입추의 여지도 없을 정도의 인파로 가득 찼다. 학생들은 좌석은 물론 통로 바닥에까지 자리를 잡고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주요 기업의 모집 요강을 받아 적으며 취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같은 시간 2층 취업상담 부스에도 줄이 길게 늘어섰다. 몇몇 부스는 30분을 기다려야 상담이 가능한 곳도 있을 정도였다. 수많은 인파가 뿜어내는 열기에 상담을 맡은 각 공공기관 직원들은 수시로 물을 마시거나 땀을 훔쳤다.
현장을 찾은 김모(25·경북대 경영학과) 씨는 취업 준비에 대한 심한 부담감을 털어놨다. 김 씨는 "회계사 시험을 1년간 준비하다 최근 공공기관 취업으로 마음을 돌렸다. 나이가 많을수록 취업 시장에서 불리해질 것 같아서 더 도전하기가 힘들었다. 취업이 너무 어려운만큼 3학년만 돼도 친구들끼리 만나면 취업이 최대 화두다. 독립도 해야 할 나이인데 취업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 부모님께 많이 죄송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기업 채용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많은 대학생들이 공공기관 취업에 기대를 걸어 보지만 희망자가 몰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크다.
채모(23·영남대 경영학과) 씨는 "사기업 채용인원이 워낙 적다 보니 체감상 주변 학생들의 70%는 공공기관이나 공무원 취업을 준비한다. 공공기관에서 많이 뽑는다고 해도 합격이 쉽지 않은 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공부나 취업준비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내가 이래도 되나 하는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치열한 경쟁에 대학 생활의 낭만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모(21·대구대 행정학과) 씨는 "취업 시장이 어렵다는 얘기에 1학년 때부터 학점 관리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이제는 직무 관련 경험을 중시한다고 해 인턴십을 적극적으로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요즘은 대학 입시를 마쳐도 고등학교 생활의 연장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현장을 찾은 고등학생들도 취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대구여상 3학년 박모(18) 양은 "대학에 간다고 해서 취업이 잘 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에 자격증이나 공공기관 채용을 위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진학보다 취업을 바로 준비하려는 친구들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고졸자들을 위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실제로 고졸 취업 시장은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대구여상 서모 교사는 "학교로 들어오던 채용 추천 의뢰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라며 "그나마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채용을 늘려줄 것으로 기대해서 학생들이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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