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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일 교수의 과학산책] 유일한 용사(Only the Br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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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미국 서남부 지역에서는 산불이 자주 일어난다. 미국에서 산불에 맞서는 최정예 엘리트 소방관들을 '핫샷'(Hotshots)이라고 한다. 이들은 산불이 발생하면 초기에 투입되어 바람의 방향을 살핀 뒤에 불이 난 곳과 반대 방향으로 가서 맞불을 놓아 진화한다. 2013년 6월 애리조나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축구장 1천100여 개 크기의 땅을 화마가 휩쓸었다. 초기 진화 작업에 나선 '그래닛 마운틴 핫샷'(Granite Mountain Hotshots) 대원들은 산불 진화를 위해 사투를 벌이다 19명의 소방대원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들의 영웅적인 이야기는 '유일한 용사'(Only the Brave)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었고 이들이 산불 속에서 함께 죽음을 맞이한 장소는 그들을 기리기 위한 추모공원으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영화를 보고 소방 장비가 좀 더 개선되었더라면 인명피해를 줄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며칠 전 강원도에서 발생한 큰 산불은 축구장 740개에 달하는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었고 해당 지역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다. 우리나라는 봄이면 강풍이 불고 건조해서 대형 산불이 나기 쉽다. 발화의 가장 큰 원인은 건조한 날씨다. 건조하면 나무, 종이뿐만 아니라 쌓인 먼지도 땔감이 된다. 산소와 발화점 이상의 온도 그리고 땔감이 있으면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사용되는 모든 진화 작업은 불의 온도를 낮추고 산소와 땔감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물을 뿌리면 불의 온도가 급감하고 물은 수증기가 되면서 산소와 땔감의 접촉을 막아준다.

최근에는 물보다 소화 능력이 좋은 인산암모늄 수용액과 계면활성제 혼합약재의 사용량이 늘고 있다. 여기 사용된 계면활성제는 거품을 만들어 물보다 빨리 온도를 낮추고 수증기보다 효과적으로 산소와 땔감의 접촉을 차단할 수 있다. 유류 화재의 경우에는 기름이 물 위에 떠서 화재를 더 확산시키기 때문에 온도를 낮추는 방법은 지양하고 담요를 덮어 산소를 차단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소화약재의 주성분인 인산나트륨은 열을 받으면 기체가 되어 불을 둘러싸면서 산소를 차단하는 것으로 담요와 같은 효과가 있다. 인산나트륨은 물보다 1.5배 빠른 진화 속도를 낸다.

최근 과학계에서는 대형 산불을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술을 연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용소방대원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필자도 예전부터 관련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예를 들면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소방 로봇'과 '인명구조 로봇'의 개발이다. 드론, 인공지능(AI), 기상위성 등을 활용한 산불 방어선의 효과적인 구축과 확산 예상 경로의 시뮬레이션 등도 개발되어야 한다. 고립된 소방관의 위치 추적 시스템이나 자욱한 연기 속에서 시야를 확보하는 장비의 개발도 필요할 것이다.

소방 업무가 국가적 재난 대응 영역으로 확대됨에 따른 제도 개선도 시급하다. 지역과의 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형 산불과 같은 재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방직인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한다. 오늘도 목숨 걸고 우리의 재산과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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